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밀항해 종적을 감춘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그는 2004~2008년 전국에 20여개 다단계 업체를 차린 뒤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경찰은 사기 피해액 2조5000억원, 피해자 3만여 명으로 보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이 4조원이 넘고 피해자도 4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는 2011년 12월 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생사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조씨의 최측근 강태용(54)이 도피 7년 만에 중국에서 붙잡히면서 ‘생사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쪽과 ‘죽었다’고 주장하는 쪽의 근거를 집중 분석해봤다.
“조희팔은 살아있다.”
조씨 사건 피해자들은 조씨의 생존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이 사건의 경우 조씨가 잡히지 않으면 피해 구제는 물론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끈질기게 그의 생존 증거를 모으고 있다.
◇조희팔 생존 제보와 증언들=조희팔 사기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에는 2012년 5월 조씨 사망 발표 후 최근까지 중국 등 현지 교민과 정보원 등을 통해 수십 건의 믿을만한 조씨 생존 제보가 들어왔다고 한다.
“중국 산둥성에서 중국 조직폭력배의 비호 아래 지내고 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오가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필리핀 클라크 지역에서 목격됐다” “중국 내 골프장, 고급 식당 등에 자주 나타났다” 등 조씨 생존과 관련된 제보가 잇따랐다.
바실련은 현재 조씨가 중국이 아닌 제3국에 은신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씨가 숨어 있다는 믿을 만한 제보가 들어왔고, 이 나라로 조씨를 찾으러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바실련 측은 설명했다.
앞서 3개월 전쯤 바실련은 중국 광저우에 조씨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그를 추적하고 있었다. 조씨를 찾는 것에는 실패를 했지만 최근까지 조씨가 이곳에 머물렀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
바실련 관계자는 “광저우 첩보를 가지고 있다가 최근 조씨 최측근 강태용 검거 후 중국으로 출국하려다 붙잡힌 조씨 비호경찰 정모(40) 전 형사가 2011년 5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21회 다녀왔고 이 중 15번이 광저우였다는 것을 보고 신빙성 있는 첩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식이 알려져 지금은 중국이 아닌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고 이에 대해 논의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실련 측은 조씨 측근 곽모(47)씨와 대구교도소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장모(26)씨의 증언도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에는 ‘곽씨가 조희팔을 왕 회장이라 불렀고 올해 초 왕 회장에게서 온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읽어보지는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밖에도 조씨 밀항을 도운 조씨 측근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말 조씨와 밀항 대가 문제로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조씨가 살아 있다는 말투로 전화 통화를 한 조씨 생질 유모(46)씨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는 등 확인되지 않는 생존 증언·증거도 난무하고 있다.
◇경찰이 제시한 사망 증거…“믿을 수 없다”=경찰은 2012년 5월 “조희팔이 2011년 1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증거로 응급 진료 기록, 사망진단서, 화장증명서, 장례식 동영상 등을 제시했다. 경찰은 이 증거들을 조씨 유족을 수사하면서 찾아냈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단체들은 이것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장례식을 동영상으로 찍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51초짜리 조희팔 장례식 동영상은 여기 저기 편집된 흔적이 있으며 조씨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도 2~3초에 불과하다.
또 영상에서 시신 움직임이 없고 유리관에 입김이 생기지 않아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 한 방송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가짜 장례식을 연출했고 허위 화장증을 받고 조씨 장례식 영상과 비슷하게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 현지 의사가 작성한 사망의학증명서(사망진단서)는 중국 공안에서 진짜라고 확인해줬지만 조씨가 중국서 사용한 가명으로 알려진 조영복이라는 이름으로 돼 있어 실제 조씨 것인지 조영복이라는 제3자의 것인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간이영수증 크기의 이 진단서는 ‘망자성명-조영복’ ‘민족-조선’ ‘연령-53세’ 등 기본적 정보와 확인도장이 전부다. 하지만 중국 공안의 도장도 없다. 이에 조씨 일당이 병원관계자 등을 매수해 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인 DNA 검사도 불가능해 조씨 생존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경찰이 조씨의 유골을 구해 검사를 시도했지만 화장 때 고열로 DNA가 변형돼 감식이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씨가 죽었다고 알려진 뒤 4년여가 지났지만 그의 죽음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조희팔은 살아있다…증언 잇따라
입력 2015-10-28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