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화보 촬영을 준비하던 예비신부 A씨는 지난 21일 전화 한 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을 검사라고 밝힌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대포통장 명의자로 확인됐다. 계좌의 돈을 모두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건네라”고 말했다. 놀란 A씨는 곧바로 은행으로 달려가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2800여만원을 찾았다.
잠시 뒤 금융감독원 신분증을 목에 건 한 남성이 나타났다. A씨가 이 남성에게 돈을 건네려던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를 덮쳤다.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 인출책이었고, 잠복해 있던 경찰이 피해 현장을 급습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발전하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기로 인출이 어려워지자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건네받은 후 도주하는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현금을 받는 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61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사기·사기미수 등)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김모(23)씨를 구속하고 중국동포 이모(23)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기 위해 가짜 신분증과 명함을 만들어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중국 총책과 연락을 주고받는 조직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보이스피싱의 진화…ATM 인출 어려워지자 피해자 직접 만나 현금 가로채
입력 2015-10-28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