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사랑해주지” 네티즌 울린 김현지 미니홈피 글…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10-28 04:58 수정 2015-11-24 23:17

숨진 채 발견된 ‘슈퍼스타K’ 출신 가수 김현지(31·여)씨가 과거 미니홈피에 남겼다는 글이 인터넷을 울리고 있습니다. 글에는 가정폭력으로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도 이를 극복한 뒤 가수로 성공해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데요. 네티즌들이 함께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28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미니홈피 글은 2008년 3월 30일 작성한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 없이 엄마 여동생과 살면서 갖은 멸시와 가난에 시달렸다고 적었습니다. 친구가 지우개를 훔쳤는데도 엄마가 친구의 아빠에게 멱살을 잡혀야 했고, 옷도 제대로 입을 수 없었다고 하네요.

“내 나이 아홉 살 아버지 없다고 동네사람들이 손가락질 했어.. 친구 녀석이 문구점에서 지우개를 훔쳤어.. 문구점 주인이 친구 녀석 집에 와서 발광을 다 떨고 간 후 그 녀석 부모가 우리집에 찾아와서 그 아버지란 사람이 내 어머니 멱살을 잡고 목을 졸랐어. 니 자식이 훔친 걸 내 아들이 대신 감싸주다 이렇게 됐다면서.. 내가 아니야..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엄마를 바닥에 쓰려 트렸어. 방문 유리창으로 그 모습이 다 보이는데 밖에서 엄마가 문을 잠궈서 나는 나갈 수가 없었어. 나는 어린애건 어른이건 다 싫었어.

밤이 되면 엄마 팔을 꼭 껴안고 자면서.. 빨리 키가 컸으면.. 빨리.. 힘센 사람이 되었으면..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하루하루 힘들게 엄마가 돈 모아서 나랑 내 여동생 깨끗하게 몇 번을 삶아서 나랑 내 동생 입히고.. 어느 날 공장에서 오류 난 옷을 골라 입었어.. 우리 세 모녀가.. 그렇게 그래도.. 행복하게..”

열두 살 때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후 끔찍한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폭행이 무서워 세모녀가 길거리로 나가 살아야 했다는군요. 착하게 살아야지 다짐했지만 가정폭력으로 스스로도 다스리기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12살에 아버지가 돌아왔어.. 그때부터 .. 또 지옥이야.. 아니 지옥보다 더한 곳이야.. 여름엔 모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자기 싫었고 한겨울엔 추운 곳에서 벌벌 떨면서 엄마 손 동생 손 꼭 붙잡고 작은 내 몸에 입은 잠바로 잠든 엄마 무릎 덮어주고 고사리 같던 내 손 호호 불어가며.. 강해져야지. 강해져야지. 어느덧 그지 같이 산지도 내 나이가 17살이야.. 맨날 당하는 게 너무 싫어.. 길거리에 지나가는 건달들이 날 쳐다봐도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가서 귀를 물어뜯고 목을 돌려버렸어. 아무도 날 못 건들게.. 아무도 무시 못 하게 아무도 함부로 못하게.. 경찰서에 들락날락 검찰청에 들락날락 법원에서 재판 받는 것도 지겨워. 암으로 엄마가 쓰려졌어.. 막막했어.. 가슴이 찢어졌지.. 착하게 살아야지. 착하게 살아야지.. 아무리 다짐해도 끝끝내 나를 망쳐놓는 한 사람 때문에.. 내 마음 내 스스로 다스리기가 그렇게 힘겨웠어.’

그녀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도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아빠를 때린 적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김현지씨는 아빠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고 결국 아빠의 마음을 돌려세웠습니다.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버지 왜 나를 이렇게 만드셨냐고 이럴 거면 왜 낳았냐고 사랑받고 예쁘고 키웠으면 나도 싸우지도 않았을 거고 예쁜 아가씨로 컸을 거라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왜 이렇게 했냐고.. 나 좀 예뻐해주지.. 나 좀 사랑해주지.. 엄마 좀 사랑해주지.. 왜 이래야만하냐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친구집에 가서 친구가 부모님과 다정하게 밥 먹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고.. 그걸 보다 눈물이 났다고..

그리고 다음날 문자가 왔다.

‘아빠는 항상 우리 딸을 사랑한단다..'

눈물이.. 가슴 저 밑에서부터.. 눈물이.. 아주 아주.. 오래된 옛날부터 눈물이.. 뜨거운 눈물이.. 세상에서 제일 뜨거운 눈물이.. 웃었다.. 웃으며.. 울다가 웃으며.. 한참을 그러다가..”

김현지씨는 이후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게 됐으니 이제 행복하게 살자고 아버지와 약속도 했습니다. 특히 가수로 성공해 멋진 딸이 되겠노라 다짐도 하고요.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아버지.. 저도 사랑해요.. 이제 제발 우리가족 행복해요.. 아빠한테는 엄마 그리고 나 OO 있잖아요.. 이제 싸우지 말고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불행하지 말고 제발 우리 행복해져요.. 잘 할게요. 잘 할 거에요. 꼭 노래로 성공해서.. 아빠한테 훌륭한 딸이 돼드릴게요.. 아들보다 더 듬직하고 멋진.. 딸 돼드릴게요.

그날 이후 아버지는 어머니를 아끼고 사랑하고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나를 챙겨주신다. 하루에 5번 정도 전화를 하시고.. 보약 지어주신다 그러고.. 목소리 쫌만 이상해도 걱정하시고.. 집에 잘 들어가라 잘 자라.. 차조심해라.. 밥 사먹어라.. 먹을 돈 없냐며 돈 부쳐주고 같이 지내던 동생이 친구가 부럽다할 정도로..”

글은 김현지씨가 학교 정기연주회에 공연을 하면서 부모님을 초청한 일까지 담고 있습니다. 김현지씨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을 한 뒤 칭찬을 받았고 아버지에게서 처음으로 용돈도 받았다는군요. 그녀는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모님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더 열심히 할게요... 난 간다.. 사람들한테.. 희망을 전하러...”

네티즌들은 그녀의 미니홈피 글을 보고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가슴이 아팠어요. 잘 견뎌놓고 왜 이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안타깝습니다.”

“아버지와 화해도 하고 행복하기만을 꿈꿨으면서.. 정말 안타깝네요.”

김현지씨는 27일 오후 3시50분쯤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용길 복심사 주차장에 주차된 카니발 승용차 안에서 고모(33)씨, 이모(33)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차량 안에는 다 탄 번개탄이 함께 발견됐습니다.

김현지씨는 2009년 ‘슈퍼스타K-시즌1’에서 대전지역 3차 예선을 거쳐 슈퍼위크 진출권을 따냈는데요. 이후 Mnet ‘보이스 오브 코리아 시즌2’에도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김현지씨가 보이스 오브 코리아에서 부른 ‘바보처럼 살았군요’ 영상을 봤습니다. 노래를 듣고 우는 분들도 계시네요.



김현지씨의 사연에 참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들길.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