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헬조선’ OECD 통계
선진국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수시로 34개 회원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통계를 발표한다. 통계 항목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인구에서부터 공공부문, 교육, 과학, 노동, 건강, 재정, 환경 등 인간생활과 밀접한 분야가 총망라돼있다. OECD는 편의상 21개 분야로 구분해놓았다. 각 분야 세부항목까지 포함하면 “이런 것도 조사하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OECD 통계는 선진국 지표로 인식된다. 정부가 우리나라 통계자료를 발표할 때 곧잘 OECD 자료와 비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얼마 전 ‘한국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짧다’는 OECD 통계 발표가 있었다. 먹고 살기 바쁜 한국 부모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고 있지 못한 결과로 추정된단다.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최고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나라는 순위가 낮을수록 좋은 분야에선 상위, 반대로 순위가 높을수록 좋은 분야에선 하위권에 든 경우가 많다. 출산률, 사회복지 수준,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등은 최하위권인 반면 산재 사망율, 가계부채 증가율, 자살율, 노인빈곤율, 남녀간·내외국인간 임금격차 등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29.1명(2012년 기준)인 자살율은 10여 년째 부동의 1위다. 젊은이들이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자학하는 현상이 OECD 통계들로 뒷받침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 전문대학 이상 고등교육 이수율 등 우리나라가 ‘긍정분야’에서 1등인 것도 꽤 있다. 지난해 GDP 기준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5위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OECD 평균 정도는 돼야 한다. 각종 통계지표가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걸맞은 정도로만 개선돼도 ‘헤븐조선’까진 아니라도 적어도 ‘헬조선’이라는 오명에선 벗어날 듯싶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여긴 ‘헬조선’인가 ‘헤븐조선’인가… OECD 통계 보니
입력 2015-10-27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