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잡해 망신’ 여러분 이 과속 고지서 피싱 아니랍니다

입력 2015-10-27 19:42
SNS에서 신종 피싱 사기로 의심받은 과태료 고지서 사진.

지난 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신종 피싱 사기를 경고하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속도위반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는데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

작성자 A씨는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발부한 과태료 고지서 사진과 함께 “나는 그 장소에서 과속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해당 경찰서에 확인해보니 위반 사실이 없다고 한다. 신종 피싱 수법인 것 같다”는 내용을 적었다.

그는 과태료 고지서가 가짜라면서 그 근거로 ①위반 장소의 사진이 첨부돼 있지 않고 ②은행 계좌번호와 함께 입금시간이 ‘01:00~22:50’으로 정해져 있으며 ③QR코드가 인식되지 않는데다 ④인쇄상태가 조잡하다는 점을 들었다.

A씨의 글과 사진은 삽시간에 SNS에서 화제가 됐다. 신종 수법에 속지말자는 댓글이 잇따랐고, 많은 사람이 이 글을 공유했다.

정말 신종 피싱 사기였을까. 그렇지 않다.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과태료 고지서는 진짜가 맞다”고 확인했다. A씨는 지인 B씨의 사연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가 경찰서에 속도위반 사실 조회를 요청할 당시 경찰관이 실수로 위반 사실이 없다고 잘못 안내했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경찰청은 이 글이 올라온 25일 사실관계를 알아본 뒤 A씨와 B씨에게 통보했다. A씨가 올린 글은 이날 오후에 삭제됐다.

비슷한 일은 지난 7월에도 있었다. 당시 인천 서구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신종 ‘과태료 고지서 피싱’을 조심하라는 글이 유포됐다. 인천 서구 주차관리과에서 ‘주·정차 위반 과태료 통지서’를 보내 왔는데 위반 장소 사진이 없으면 피싱이니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고지서 사진도 첨부됐다.

하지만 이 고지서도 진짜로 밝혀졌다. 경찰청은 지난 6월 30일 인천 서구 가좌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 있는 과속 단속카메라에 찍힌 차량의 번호판이 잘못 인식돼 다른 주민에게 고지서가 발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해프닝은 경찰의 행정 착오와 사람들의 잘못된 상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애초에 경찰이 위반사실 확인을 제대로 해줬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을 수 있었다. SNS를 타고 광범위하고 빠르게 퍼지면서 오해는 사실로 둔갑했다.

그렇다면 과태료 고지서에는 위반 사진이 없을까.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1차로 위반사실이 확인됐을 때 발부되는 사전통지서에는 위반사진이 있지만 그 이후에 발부되는 과태료 납부 고지서에는 위반사진이 없다”고 설명했다. 납부시간에 대해서는 “오후 11시에서 오전 1시 사이에는 은행 전산 처리과정에서 과태료를 납부한 게 누락되면서 추가로 가산금을 무는 경우가 있어 시간을 고지서에 써놓는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27일 “아직까지 과태료 납부 고지서를 위조한 피싱 사례는 접수되지 않았다”며 “과태료가 소액이기 때문에 피싱에 악용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받은 고지서가 의심스럽다면 과태료 납부 고지서를 발부한 기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거나 ‘교통범칙금 인터넷 납부 교통조사예약 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