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이 도피 도중 친구들과 펜션사업을 할 정도로 그동안 경찰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내부 직원들의 연루 여부 수사에도 진척이 없어 ‘제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조씨 최측근 강태용(54)의 매제이자 다단계업체 전산실장을 맡았던 배상혁(44)이 도피 도중 고교 동창생들이 임대한 펜션을 함께 운영했다고 27일 밝혔다.
배씨는 2012년 2월~2015년 5월까지 동창생 A·B씨 이름으로 임대한 강원도 춘천에 있는 펜션 2채에 은신하며 운영에도 관여했다. 동창들은 배씨에게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집·차 등을 구해준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
대구 경찰은 2008년 조씨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팀과 추적팀을 구성했고, 2012년에도 특별팀을 구성해 조씨 사건을 계속 수사해왔다. 2013년에는 조씨 사건 중요피해자 공개수배도 내렸다.
하지만 최근 강씨가 중국에서 붙잡히기 전까지 강씨에게 뇌물을 받고 수사 정보를 넘긴 혐의로 구속된 정모(40) 전 경사나 배씨에 대해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배씨는 버젓이 펜션까지 운영했는데도 경찰은 사실상 손놓고 있었던 셈이다.
또 배씨가 조사에서 조씨 지시로 전산자료를 지웠다고 진술했지만, 증거인멸 공소시효가 지나 혐의 추가도 불가능하다.
경찰은 2008년 10월 당시 조씨 사건을 전담한 수사2계 경제범죄수사팀이었던 현직 경찰관 4명과 전직 경찰관 1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지만 연루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 전 경사의 직속상관이다.
경찰 관계자는 “배씨는 도피·은닉자금 등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며 “정 전 경사의 윗선 개입 여부 조사는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희팔이 2008년 중국 도피 전 대포폰으로 경찰 간부를 불러내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조씨는 경찰이 다단계업체 본사 서버를 압수수색 하기 하루 전인 2008년 10월 30일 대구 수성구 두산동 한 호텔 커피숍에서 당시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던 권모(51·구속) 전 총경에게 9억원을 전달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권 전 총경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된 권 전 총경은 28일 첫 재판을 받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조희팔 측근 배상혁, 도피중 친구들과 펜션까지 운영…경찰 도데체 뭐했나
입력 2015-10-27 15:38 수정 2015-10-27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