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관련법 제·개정안 반대에 앞장섰던 일본 공산당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오랜 시간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자리잡아온 일본 야권이 개편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일간 산케이신문은 일본 공산당이 25일 실시된 미야기현 광역 지방의회 선거에서 약진하며 의석을 종전의 2배인 8석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자민당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의석이다. 안보 관련법 제·개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선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민당은 과반에 못 미친 2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치러진 통일지방의회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압승했다. 그러나 미야기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후 별개 일정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안보 법안 통과 뒤 첫 선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은 안보 관련법 제·개정안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비판과 같은 국정 이슈를 주요 의제로 내세워 선거 운동을 전개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성공해 공산당의 약진으로 연결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정권이 밀어붙인 두 의제에 대해 일본 국내 여론이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 공산당은 여세를 몰아 내년 7월 실시될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태세다. 산케이신문은 이와 더불어 공산당이 안보 법안 폐지를 목표로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 연정을 세우는 구상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안보 관련 법 폐지를 목표로 야당의 연립 정권 ‘국민 연합 정부’구상이 현실화 될 경우 당 강령에서 정한 미일 안보 조약 폐기는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금껏 선거에서 독자 후보만을 고수해온 것을 생각하면 무척 적극적인 태도다.
민주당 역시 연정에 호의적이다. 코이케 아키라 정책위원장은 25일 오전 일본 NHK방송에 출연해 “지금은 아베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야당이 힘을 모을 때다”며 협력을 제의했다. 이어 “헌법을 지키지 않는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우선 단결하는 것이 정당으로서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정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26일 일본 산케이신문과 FNN방송이 집계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11.2%로 33.9%를 기록한 자민당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공산당과의 선거 공조 의사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 여론 조사에서 정책노선이 다른 야당 간 선거공조에 대해 “좋지 않다”는 응답이 58.8%에 달했다. 자칫 야권 연합이 ‘야합’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산당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공산당이 자민당 의석을 빼앗았다기보다는 야권 내에서 자리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좌파인 사민당과 중도 우파인 민주당의 의석이 공산당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2석을 빼앗겨 의석수가 5석으로 줄었다. 자민당 소속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사민당, 민주당의 의석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자민당에서도 이번 결과에 대해 공산당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자민당 간부를 인용해 “공산당을 우습게 볼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분을 잃은 민주당 역시 반 자민당 전선의 대표 자리를 공산당에 빼앗길까봐 내심 초조해하는 형국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안보 관련 법안 반대 여론 타고 일본 공산당 약진…야권 개편 신호탄 되나
입력 2015-10-27 13:15 수정 2015-10-27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