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맞으면서 배워야 돼” 노비나 다름없는 국회인턴 실태

입력 2015-10-27 10:31

국회의원 의원실에서 일하는 인턴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가운데 현직 국회인턴이 열악한 근무 실태를 폭로했다.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현재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인턴 A씨가 출연해 국회 인턴의 근무실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근무시간과 급여”라고 말했다. 국회인턴들은 하루에 기본 12시간을 근무하고 있지만 월 고정급이 120만원으로 현행법상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었다. A씨의 경우 상황에 따라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시간 외 근로수당도 계약서에 명시된 13만7760원이 전부였다.

A씨는 성차별은 물론 부당한 언사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현재 여자라는 이유로 설거지, 손님접대, 팩스 전송 등 인턴업무와 상관없는 단순 작업을 전담하고 있었다.

그는 또 “돌아가는 구조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자꾸 실수가 나오고, 그러면 등을 좀 때리면서 ‘너는 좀 맞으면서 배워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료 인턴에게 ‘발로 차는 것도 맞아 봤다’는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국회 인턴들은 평가에 따라 9급 비서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계약서만 있을 뿐 노비다, 이런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원실 인턴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국회인턴유니온’은 지난 21일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시간 노동에 반비례해 임금을 지급받는 국회인턴과 사실상 무급인턴인 입법보조원의 부당한 처우를 알리고,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국회인턴유니온을 발족한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