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합의'의 첫 단추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순조롭게 끝남에 따라 민간교류 활성화와 당국회담 개최 등 다른 합의사항 이행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남과 북은 지난 8월 25일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다양한 분야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당국회담을 서울 또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북 민간교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최근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서면서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민간단체가 신청하는 남북 교류, 협력사업을 폭넓게 승인하는 추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12일 개성에서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직총)과 실무협의를 하고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오는 28~31일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27일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 개최를 승인할 방침이어서 이 대회가 2007년 이후 8년 만에 열릴 예정이다.
남측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북측 조선종교인협회와 지난 23일 실무 접촉을 하고 '남북종교인평화대회'를 내달 9~10일 금강산에서 '남북종교인평화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 행사는 KCPR측이 올해 초부터 추진한 남북 공동행사로 북측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성사됐다.
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북한 조선가톨릭교회협회의 초청으로 방북해 25일 평양 장충성당에서 열린 '평화통일 기원미사'에 참석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방북은 2008년 9월 사제단 소속 신부 96명이 평화통일 기원미사 참석차 북한 고려항공 직항편으로 평양을 방문한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방북을 통일부가 승인한 것을 놓고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도 8·25 합의를 계기로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59개 대북 민간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관계자들은 최근 방북해 북측 인사를 만나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측이 북민협 관계자들을 초청한 것은 남측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동안 북한은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은 받으면서도 남측 민간단체의 지원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대북 지원단체인 에이스경암은 27일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 지역을 방문해 온실용품과 비료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고건 전 총리가 운영위원장을 맡은 아시아녹화기구도 에이스경암과 함께 방북해 사리원 지역에서 묘목을 전달한다.
민간교류의 본격적인 활성화와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서는 남과 북이 당국회담을 통해 얽히고설킨 남북관계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산상봉 행사 북측 단장인 리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4일 금강산호텔에서 취재단과 만나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측과)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힌 것은 당국회담 개최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앞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북 합의에 따라, 아직 결정은 안 됐지만, 이산가족 상봉 이후 당국 간 회담이 이뤄지고, 적십자 본회담 등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남과 북이 모두 8·25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데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이르면 다음 달에 당국 회담에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당국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회담의 급과 의제에 대한 남북 간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양측의 탐색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남북 당국회담, 이르면 다음달 성사 가능성...민간교류 활성화 조짐
입력 2015-10-27 0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