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 기약없는 이별 이제 그만” 전면적 생사확인 및 정례화 필요

입력 2015-10-27 07:55

남측의 이산가족 643명이 이번 행사를 통해 북측의 가족 329명을 만났지만, 아직도 수많은 이산가족이 만나기는커녕 생사조차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로 상봉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망하는 이산가족이 연간 2천400여 명에 달하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이 하루라도 빨리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이산가족 문제를 다각적이고 유연하게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산가족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가장 먼저 꼽는다.

통일부가 지난 20011년 이산가족 1만6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헤어진 가족과 교류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생사 확인(40.4%)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대면 상봉(35.9%)과 서신 교환(10.0%) 순이었다.

이번 상봉 행사 때도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상봉장에 나오지 못한 북한의 다른 가족의 정확한 생일을 묻고 사망 날짜를 적어가는 등 생사 여부를 먼저 챙겼다.

그러나 실제로 헤어진 가족과 생사를 확인한 경우는 8.4%에 불과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에 대한 생사 확인 작업과 명단 교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산가족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난 2000년 이후 20차례나 진행했지만 만난 이산가족은 아직도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남북이 상봉을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사 확인부터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상봉 행사를 정례화하고 상봉 인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이산가족 고령화 추이와 과제' 리포트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상봉 행사를 일회성이 아니라 분기 또는 격월 등 일정한 간격으로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나이가 80대 이상인 고령의 이산가족의 경우 특별 상봉 형식으로 단기간 내 대규모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90세 이상의 이산가족은 7천900여 명에 불과해 상봉 시한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구(舊) 동독과 서독의 '가사 방문' 사례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좋은 전례가 될 수 있다.

과거 서베를린 주민은 가족의 출생, 결혼, 문병, 문상 등 집안에 긴급한 일이 있을 때 가사 방문을 통해 동베를린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동독 사람들도 1972년 '동서독 기본 조약' 체결 이후 서독으로의 가사 방문이 가능해지면서 동과 서로 헤어져 있는 아쉬움을 달랬다.

이산가족 상봉 인프라 구축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우선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주의적 문제를 정치와 분리해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당국 차원에서 서신 교환을 제도화하고, 2007년 중단된 화상 상봉을 다시 시작하는 등 다양한 상봉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밖에 생사 확인 등 정보 교환과 상봉 행사의 정례화 등을 위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활성화하는 점이 또 다른 과제로 제기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같은 이산가족 대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큰 틀의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