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계속 겹치는 문재인-안철수” 우연의 일치? 혹은 고도의 신경전

입력 2015-10-26 20:3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최근 들어 같은 지역을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날 방문하는 일정이 연거푸 일어나고 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지난 23일 각각 부산을 찾은 데 이어 26일에는 전남 여수를 동시에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정치인의 지역 방문이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협력보다는 경쟁이 부각돼온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지역을 찾는 일이 이어지면서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문 대표의 일정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 확산과 민생 행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당의 텃밭인 호남을 찾아 국정화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호남권역의 반대 여론 확산에 시동을 거는 한편 이곳에서 열리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강연했다.

반면에 안 전 대표는 당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호남의 사위'인 안 전 대표는 이날 장인 기일을 맞아 여수를 방문, 여수시장 및 지역인사들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혁신을 위해 여러 제안을 했는데도 문 대표 등 지도부가 응답하지 않고 있어 난감하다"며 또다시 문 대표에게 각을 세웠다.

오후에는 경남 고성으로 이동, 고성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백두현 후보 지원 유세도 벌였다.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오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야당의 계속된 선거패배와 낮은 정당 지지율에 대한 원인 진단과 함께 바람직한 혁신의 방향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토론회에선 안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특히 친노 진영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명예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기로 해 문 대표 체제에 대한 직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측에선 안 전 대표의 지역행이 편치 않은 기색이다. 더욱이 이날 문 대표의 여수 방문은 '호남 민심이반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불거진 후 처음으로 호남을 방문하는 자리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우연의 일치로 문 대표와 방문지역이 겹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