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발표-3국 막판까지 미묘한 수싸움

입력 2015-10-26 20:31

청와대가 26일 오후 한중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 제안 일정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한일중 3국 정상회의 및 양자 정상회담 일정을 놓고 3국이 막판까지 미묘한 수싸움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외교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1일 개최 예정인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일정과 한중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3자 또는 양자간 조율이 최종적으로 끝나면 이를 한꺼번아 모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측에서 이날 먼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방한 및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방침에 다소 변동이 생겼다고 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2박3일로 예정된 리 총리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측은 일본측 사정을 고려해 양자 일정인 리 총리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못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에 따라 우리 측도 이날 오후 한중간 양자 일정에 국한해 31일로 확정된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중국과 동시에 발표했다.

다만, 한중 양측은 한일중 정상회의의 구체적인 일정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우리측은 보도자료에 "(리 총리는) 한국 방문과는 별도로, 방한 기간 중 제6차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고, 중국측 화 대변인도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일자와 관련해 리 총리 방한 일정인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라고 답변하며 구체적으로 확인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일본측과도 최종적으로 조율해 발표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한중 양자 발표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고, 정부 당국자는 "리 총리 방한을 먼저 발표한 중국측 입장과 아베 총리 방한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일본측 입장을 두루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중 정상회담 일정이 공개되면서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을 내달 2일 개최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는 점도 언론에 공개했다.

앞서 한일 정상회담 2일 개최설은 일본측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지만, 우리측이 "2일 개최를 일본측에 제안했고, 일본측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이는 한중 정상회담 일정이 공식 발표된 만큼 한일 정상회담도 양국간 조율을 거쳐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외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일중 정상회의 및 이를 계기로 개최되는 양자회담 일정을 놓고 3국간에 고도의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회의 의장국인 만큼 중국과 일본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면서도 3국 협력 복원과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