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겨냥 여야 지역구 예산 품앗이 선심” 240개 지역예산 2조5천억 늘려

입력 2015-10-26 20:26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부처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면서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경제적 타당성이나 시급성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치적쌓기용 선심성 예산 편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의원들이 정부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는 않은채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넣기 위해 다른 의원들의 터무니없는 예산도 묵인하는 '품앗이 예산증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결과 국토해양위 심사에서만 전국적으로 약 240개에 달하는 도로, 철도, 공항, 하천 관련 사업 예산이 새로 생기거나 증액됐다. 여러 지역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까지 고려하면 지역구 의원이 대부분 혜택을 나눠갖는 셈이다.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국토교통위원회는 당초 정부안보다 2조4천700억원이 증액 의결했다.

정부가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1조5천억원 줄여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금액이 증액 의결된 것이다. 국토위는 전체 상임위 가운데 가장 먼저 예비심사를 마쳤다.

특히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사업에 1조7천500억원의 증액이 집중됐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도로, 철도, 공항 등의 신설·개선 사업에 쓰이는 돈이다. 지역구 의원 입장에선 총선을 앞두고 '치적'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사업이기도 하다.

일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의 경우 많게는 당초보다 35배까지 늘어났으며 영남, 호남, 충청, 수도권 등 권역별로 '고르게' 배분됐다. 여야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심사를 했다는 지적이 가능한 셈이다.

충청권에선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공항을 잇는 복선전철 사업 예산이 당초 10억원에서 347억원으로 늘었다.

예산이 35배로 늘어난 이 전철은 국토위 소속이자 예결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3선, 청주청원)의 지역구에서 출발, 같은 당 이해찬(6선, 세종)·양승조(3선, 천안갑) 의원 등의 지역구가 영향을 받는 야당 '중진 라인'이다.

호남권에선 전남 강진과 해남을 연결하는 옥천-도암 도로건설 예산이 2억원에서 12억원으로 6배가 됐다. 역시 국토위 소속인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재선, 해남·완도·진도) 의원과 같은 당 황주홍(초선, 장흥·강진·영암) 의원의 지역구다.

영남권에선 경남·북을 가로지르는 한기리-교리 국도 확장 예산은 45억원에서 175억원으로 약 4배로 늘었다.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이면서 예결위원인 새누리당 이철우(재선, 경북 김천) 의원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성범(재선, 경남 산청·함양·거창) 의원의 지역구를 잇는 '간사 라인'이다.

수도권에선 경기 고양 덕양구의 관산-원당 국대도건설 예산이 토지보상비 급증 등을 이유로 49억원에서 231억원으로 약 5배가 됐다. 덕양구는 국토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태원(재선) 의원과 정의당 대표인 심상정(재선) 의원의 지역구다.

올해 예산에 아예 없던 사업이 심사 결과 끼어들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일단 설계비 등을 명목으로 집어넣은 뒤 본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이른바 '문지방 예산'인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재원(재선, 경북 군위·의성·청송) 의원의 지역구에 짓는 군위-의성 국도 건설 사업과 같은 경우 지난해와 올해 예산에 없던 10억원이 국토위 심사를 거치면서 '경북도청 이전에 따른 경북 남동부 지역 접근성 확보'를 이유로 배정됐다.

사업당 일괄적으로 5억원씩 증액된 일반국도 조사설계 사업의 경우 경북 10개, 전남 14개로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에서 가장 많았다.

예결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SOC 사업 예산에 대한 의원들의 민원을 고루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국토위나 예결위 소속 의원은 아무래도 혜택을 더 보기 마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