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러시아에 군사원조 요청…26년 만의 복귀여부 주목

입력 2015-10-26 15:24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러시아에 군사 원조를 요청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는 대포, 경화기, Mi-35 공격헬기 등을 지원해달라고 러시아 정부에 요구했다.

이 같은 요청은 우크라이나, 시리아에서 갈등을 빚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은 2010∼2011년 1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해 올해 1만명 정도로 줄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내년 말까지 아프간에 주둔하는 미군을 거의 모두 철수시키려다가 최근 그 계획을 유보했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더 만티츠키는 “아프간의 요구에 따라 어느 정도는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병사가 아프간에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만든 문제를 러시아가 책임질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WSJ는 러시아가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군사지원을 통해 과거에 아프간에서 잃어버린 주도권을 일부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한 정부 관리는 “러시아가 이번에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아프간이 러시아에 군사지원을 요청한 배경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슬람 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아프간을 토대로 중앙아시아 국가 등 러시아 인접 지역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 국가모임) 정상회의에서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지난달에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 공습을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부 아프간 정치인 가운데는 러시아가 서방 철군 후 우호국으로서 아프간에 되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과거 소련군은 1979년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격렬한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10년 만인 1989년 철수한 바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