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국정교과서 대자보가 창의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의 정치적 찬반을 떠나 학생들의 기발함 만큼은 눈에 띈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수리과학부의 수학공식 대자보가 있는가 하면, 사회학과의 운문 대자보도 있습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13학번 이모씨는 ‘국정화의 정리’ 대자보를 선보였습니다. 수학의 정석 혹은 서울대 이과 학생들의 필수 학습서인 김홍종 저 ‘미적분학’에서나 봤을 법한 문투로 쓰인 대자보였는데요.
대자보에는 국정화의 정리라며 평균값 정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역함수 정리를 본떠 1945년과 2015년 사이에 한반도 역사가 거꾸로 흐른 때가 존재한다고 재치 있게 비유합니다. 네티즌들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과들은 진짜로 수학으로 대화하네” “대자보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이쯤 되면 하나의 문화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되겠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죠.
이에 질세라, 서울대 사회학과 12학번 차모씨도 할아버지, 아버지와 대화하는 듯한 운문 대자보를 올렸습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반어적으로 쓴 대자보가 문학적 향기를 발산하고 있는데요.
그는 “할아버지, 죄송하지만 당신의 삶은 틀렸습니다”라며 “왜 그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동료와 민족을 배신하지 않으셨나” “왜 그때 국가와 역사를 일제에 팔아넘기고 당신의 삶을 챙기지 않았나”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이어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제 스스로와 주변에 부끄러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은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이라는 국정교과서 찬성 대자보를 올린바 있습니다. 연세대가 먼저 북한의 기관지투로 국정교과서를 북한 독재에 비유하는 대자보를 올리자, 고려대가 비슷한 대자보로 맞장구 친 일입니다. 이 대자보의 작성에는 실제 탈북자 출신 대학생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대학생들 사이에서 국정교과서 반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습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숙명여대와 연세대 등에 국정교과서지지 대자보를 붙였는데요.
이들은 서울행정법원이 2013년 6종 역사교과서와 관련해 내린 판결문을 인용해 “기존의 교과서가 단순히 북한이 내세우는 주체사상과 조선민족제일주의, 자주노선 등의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어, 이것이 어떤 맥락을 갖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기에 다소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서울대 수학과 국정교과서 대자보 눈길 ‘찬반 열전’
입력 2015-10-26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