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갑에 보통 4500원인 국내 담배시장에서 일본계 담배회사가 2500원짜리 담배를 출시키로 했다. 한 갑에 20개비가 아닌 14개비만 넣는 소량포장 방식을 동원했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고 청소년과 여성들을 유인하는 ‘꼼수 마케팅’이지만 현재로선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소량포장 저가(低價)담배에 대응할 입법 검토에 착수했다.
일본계 담배회사 JTI코리아는 최근 주요 편의점 본사에 ‘카멜 블루 14개비 팩 한정판 출시’라는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안내문에는 한 갑에 14개비를 넣은 ‘카멜 블루’ 담배를 26일부터 전국에서 판매하겠다고 적시했다.
서울시와 기획재정부에도 이 제품에 대한 수입신고를 마쳤다. 담배사업법상 수입 담배는 수입 회사가 소재한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출시할 수 있다. 안내문에는 ‘26일부터’로 돼 있지만 실제 출시 날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문제는 이런 소량포장 담배를 규제할 마땅한 법규가 없다는 점이다. 담배사업법은 포장돼 있는 담배의 ‘재포장’을 금지하고 있다. ‘까치 담배’처럼 낱개로 파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적은 수량을 포장한 제품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캐나다 등은 한 갑에 20개비 이상 포장토록 법으로 규정하고 세계보건기구(WHO)도 20개비 포장을 권고하는데, 우리는 아직 관련 법규가 없다.
복지부와 업계는 2500원 담배를 사실상 ‘덤핑 판매’로 보고 있다. 4500원 담배의 소매점 마진율(9.5%)을 적용할 경우 14개비 카멜 블루는 제세기금(2040.1원)과 소매점 마진(237.5원) 등을 고려하면 제조사 공급단가가 17원 정도에 불과하다. 공급단가 400~500원대의 4500원 담배에 비해 훨씬 손해인 셈이다.
이처럼 손해를 감수하면서 소량포장 판매에 나서는 것은 담뱃값에 민감한 청소년과 비흡연자를 유인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특정 담배 맛에 익숙해지면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을 이용해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 금연정책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외국계 담배회사에서 이런 변칙 마케팅이 늘고 있다.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가격을 다시 인상하는 등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를 보인다. 영국계 BAT코리아는 올해 1월 3500원 저가담배를 출시한 뒤 인기를 끌자 한 달 뒤 4300원으로 슬그머니 올렸다. 지난 6월에는 14개비짜리 신제품을 3000원에 내놓기도 했다.
WHO의 국제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미성년자의 담배 구입 가능성을 높이는 소량포장 판매를 금지토록 권하고 있다. 협약 비준국은 5년 안에 관련 내용을 실행토록 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 비준한 뒤 10년이 지났지만 관련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량포장 저가담배는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담배회사에 강력한 경고 조치를 하겠다”며 “기재부와 협의해 규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멜 블루 신제품은 담뱃갑 포장지에 흡연 경고문구가 선명하게 표시되지 않아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고문구 표시가 포장지 도안과 겹치고 보색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글씨 등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경고문구 표시 위반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단독] 日 기업, 14개비 담배 2500원에 '꼼수 마케팅'...흡연 조장 우려
입력 2015-10-25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