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잘못 만나 굴레에 빠져든 20대…2년간 노예 노릇

입력 2015-10-25 10:35

경기도 한 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 A(25)씨가 빠져나올 수 없는 고통의 나락에 빠져든 건 유부녀 김모(33·여)씨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만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졌고 서로 사귀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던 중 A씨에게 예상치 못한 불행이 시작됐다. 2012년 11월 어느 날 김씨가 자기 남편인 송모(37)씨와 함께 A씨의 회사 사무실로 찾아와 강제로 차에 태운 뒤 인근 공터로 끌고 가 다짜고짜 폭행했다. “불륜 사실을 부모와 회사에 알리겠다.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으면 매달 급여 중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입금해라”는 협박도 이어졌다. 유부녀와의 불륜이 알려질 걸 두려워한 A씨는 6개월간 20차례에 걸쳐 2000여 만원을 송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A씨는 이들 부부의 협박에 시달리다 집을 나와 피시방 등을 전전했으나 이내 붙잡혔고, 송씨 부부가 사는 논산의 한 야산으로 끌려가 폭행당한 뒤부터는 줄곧 논산에서 생활해야 했다. 송씨는 불륜 증거를 남기겠다며 A씨 옷을 벗기고선 자신의 아내와 성행위 자세를 취하게 한 뒤 사진을 찍고 ‘마흔 세 살이 될 때까지 매달 200만원씩 갚겠다’는 등의 각서까지 쓰도록 했다.

송씨 부부는 A씨가 이전 직장에서 받아 부모님에게 드린 퇴직금 일부까지 뜯어냈고, A씨를 회사에 취직시킨 뒤 한 달에 두 번 꼴로 꼬박꼬박 돈을 받아 2년간 총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A씨에겐 “또 도망가면 가족이 사는 집에 불을 질러 다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1심 재판부는 공동감금·공갈·폭행·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송씨 부부에 대해 “피고인들이 약 2년에 걸쳐 피해자를 정신적·육체적으로 억압하고 공갈·강요한 것으로 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며 각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송씨 부부는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5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제7형사부(부장판사 이상무)는 “피고인들은 수사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다가 증거들로 사실관계가 밝혀지자 비로소 사건 범행 일부를 시인했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