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젊은 피가 모자란다?” 과거에 비해 소장파 목소리 전혀 힘 못내

입력 2015-10-25 08:25

40대 젊은 정치 지도자들이 최근 북미·유럽 정치권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여론을 타고 급부상하자 자연스럽게 '여의도 젊은 피'의 활동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주 캐나다 총선에서 승리,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쥐스탱 트뤼도 (43) 차기 총리, 미국 하원의장 선거에서 차기 하원의장 '0순위'로 꼽히며 공화당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른 폴 라이언(45) 의원,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 정국을 돌파하고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알렉시스 치프라스(41) 총리 모두 70년대생 '젊은 피'다.

이처럼 해외에서 40대 정치 지도자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여의도 정가에선 '한국판 트뤼도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이번 19대 국회에선 젊은 초·재선 의원들의 두드러진 활약상이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경우 과거에는 이른바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라 불렸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내 소장개혁파 리더들은 16대 국회에서는 '미래연대', 17대 국회에서는 '새정치수요모임'을 주도했다.

이들이 내는 쇄신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으며 이후 모임 멤버의 상당수가 광역자치단체장과 장관, 청와대 참모 등을 지내며 활동 외연을 넓히기도 했다.

새정치수요모임의 한 구성원은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9대 국회 초·재선의원들의 활동을 보면 치고 나가야 할 상황에서도 매번 침묵하고 넘어갔고, 사실상 목소리를 낼 상황에서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 초·재선 중심 모임인 '아침소리'가 매주 월요일 모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는 있지만, 구성원들의 참석률이 높지 않고 당내 영향력도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권내 주요 이슈가 떠오를때 친박(친박근혜)과 비박의 목소리만 존재할 뿐 젊은 소장파 그룹의 독자적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야권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초·재선 의원 모임으로 '더좋은미래'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당내 영향력이나 존재감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 개별적으로도 예전에 비해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역시 당내 이슈가 불거졌을 때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이냐 비노냐, 주류냐 비주류냐의 틀에서 공방이 오갈 뿐이지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제3의 목소리가 초재선 그룹에서 터져나오지 않는다.

여야 모두 새로운 정치의 깃발을 들고 현상을 타파해야 하는 젊은 정치인들이 오히려 기성 정치판의 계보정치나 '줄세우기' 정치에 포획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보스 정치인이나 거물급 대선후보 주자들의 영향력에 기대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 할 뿐 새로운 정치의 공간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여당의 경우 "19대 국회에 과거 '남원정' 그룹 같은 활동이 있었다면 여권내 정치역학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자탄이 나오고, 야당의 경우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86그룹' 출신들이 여의도의 변화를 선도하지 못한채 오히려 기득권세력으로 변질됐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과거 70년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의 선두주자로 나서며 정치판을 바꾼 것은 현재의 여의도 정치에서는 '역사책 얘기'로 회자되는데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소장파 의원들은 청년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당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당 청년위원장인 정호준 의원은 통화에서 "미국만 해도 20대 때부터 도전하고 30대면 벌써 의원이 되지만 우리는 20대에 공천을 주지도 않고 키우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당선 가능성만 따져서 유명한 사람만 공천을 주는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역시 더좋은미래 소속인 배재정 의원도 통화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국회에 고루 있어야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청년과 여성 등에 대한 배려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젊은 정치인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누리당 재선의원인 김세연 의원은 통화에서 "압축 성장의 결과로 한 공간 속에 전혀 다른 두 개의 사회가 공존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때가 많다"며 "세대 간 통역과 가교의 역할을 지금의 40대가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도 통화에서 "외국은 아주 젊을 때부터 정당활동을 통해 역량을 기르고 검증받지만 우리는 외부에서 정치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혈'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젊은 정치인들은 국가경영의 비전을 갖추고 능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