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현 미이케 탄광 등에서 숨진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추도하는 비석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스프레이 테러를 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 일본의 전범기인 욱일기가 붙은 비석도 있었다.
24일 서일본신문(西日本新聞)에 따르면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에 설립된 강제징용 희생자 위령비는 검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된 채 발견됐다. 신문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관계자가 지난 23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무타경찰에 낙서 테러를 신고했다.
비석에는 일본어로 ‘베트남에 라이따이한 문제를 사과하라’는 글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휘갈겨 적혀 있었다.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 맺힌’이라는 글귀를 그대로 옮긴 다른 비석에는 일본어로 ‘거짓말’이라고 적혀 있었다. ‘위령비’라는 글귀를 새긴 또 다른 비석에는 ‘일본의 산을 더러운 비석으로 오염시키지 말라’고 누군가가 낙서했다. 여기에는 욱일기 스티커도 붙었다.
비석은 1995년 4월 시내 아마기야마공원에 세워졌다. 시민단체 재일코리아 오무타가 미이케 탄광 등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추도할 목적으로 설립한 비석이다. 오무타시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미이케 탄광을 운영한 미쓰이그룹 계열사들이 비용을 부담했다.
용의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제국주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선인을 강제징용한 사실을 부정하는 일본 극우단체의 소행으로만 추정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극우성향을 드러내는 일본의 넷우익들은 테러 행위를 동조하는 의견을 기사 댓글로 달면서 용의자들의 편을 들었다.
우리 네티즌들은 들끓었다. 추모비 낙서 테러 소식을 접한 우리 네티즌들은 SNS에서 “동네 담벼락에 낙서하고 달아나는 꼬마 수준의 치졸한 테러” “스프레이를 뿌리고 숨어서 웃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 “일본사회 곳곳에 있는 극우성향을 보여준 사례다.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고 비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日강제징용 추모비, 욱일기 붙고 스프레이칠… “찌질한 넷우익 수준”
입력 2015-10-24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