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님 덕, 당 은혜...곳곳에서 체제선전” 단체상봉 일부선 어색한 모습 연출

입력 2015-10-24 21:48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장에서 60여년 만에 만난 가족들은 탄식과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단체상봉장 테이블 주변에 배치된 북측 안내원들의 지나친 경계와 북측 이산가족 동행자들의 체제선전 및 취재진 등에 대한 예민한 반응에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1972년 오대양호 납북 사건 때 행방불명됐다가 43년만에 어머니 이복순(88) 할머니를 만나게 된 정건목(64)씨는 쉽게 어머니 곁에 앉지 못했다. 그와 동행한 북측의 아내 박미옥(58)씨의 견제가 심한 탓이었다.

박씨는 정씨가 어머니쪽으로 붙어 앉으려 할 때마다 몸으로 막으며 제지하는 모습이었다. 2시간에 걸친 단체상봉에서 아내 박씨는 남측 가족들에게 "다 무상이라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우리 남편이 남조선 출신이라고 차별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단체상봉이 끝나고 퇴장할 무렵 정씨는 어머니가 타고 있던 휠체어를 밀어주려고 했으나 북측 안내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정씨의 아내 박씨는 수시로 북측 관계자의 눈치를 보며 가족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북측 체제에 대한 자랑을 이어갔다.

단체상봉 행사가 이어지는 동안 '수령님 덕', '당 은혜' 등의 선전 문구도 곳곳에서 들렸다. 1차 상봉 때와 마찬가지로 훈장을 가져와 펼쳐드는 북측 이산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송찬수(88) 할아버지의 북측 조카 영택(35)씨는 "반세기가 지나서도 아직 못 만나고 있는 건 미국 때문"이라며 "우리는 취직도 다 했고 원수님도 있진 않습니까, 큰아버지"라고 이야기를 하던 중 남측 방송카메라가 다가오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야기 좀 하게 비켜라"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송 할아버지의 단체상봉 테이블에서는 북측 조카 영택씨가 테이블 위에 훈장을 펼치고, 송 할아버지는 훈장을 접으려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오대양호 납북 사건이 발생했던 해에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하다 행방불명됐다가 북측 상봉단으로 금강산을 찾은 배상만(65)씨의 테이블 주위에는 다른 테이블보다 더 많은 북측 안내원이 배치돼 있었다.

"아버지 앞에, 동생들 앞에, 아들이 개선장군처럼 나타나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던 배씨는 여동생 순옥(55)씨가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자 잠시 망설이다, 북측 관계자가 "부르라우"라고 말하자 '고향의봄'을 불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