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됐던 아들은 43년 만에 “엄마”를 불렀고, 65년 만에 남편을 만난 ‘새댁’은 서럽게 울었다. 김매순(80) 할머니는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에 도착했고, 98세 아버지는 70세 아들을 60년 만에 만났다.
2차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이 24일 오후 3시15분(북측 시간 2시45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했다. 남측 방문단 90가족 254명과 북측 188명이었다. 남측 방문단이 북측 가족들이 기다리던 금강산호텔 상봉장에 들어서자, 상봉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내가 이러려고 살아있었어” 가족들은 서로를 얼싸 앉았고, 울고웃기를 반복했다.
1972년 ‘오대양호 사건’ 때 납북됐던 당시 21세 어부 정건목(64)씨는 어머니 이복순(88)씨를 만났다. 건목씨는 “사니까 이렇게 만나네요”라고 말했고, 정씨의 여동생 정매(66), 정향(54)씨는 “오빠,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많이 울었다.
6·25 때 철도고등학교를 다니다 북으로 끌려갔던 문홍주씨는 1996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측에서 올라간 여동생 문홍심(83) 할머니는 조카 문치영(48)씨 부부를 만났다. 건강 악화로 구급차를 타고 방북한 김매순(80) 할머니는 건강한 모습으로 북측 조카와 상봉했다. 김 할머니는 “내가 죽어서라도 올라가겠다고 했다. 덕분에 조카들을 만나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음전(87) 할머니는 6·25 전쟁 때 북한에 끌려갔던 남편 전규명(86) 할아버지를 65년 만에 만났다. 한 할머니는 “사진 하나라도 찍어놓고 가지. 아들한테 아버지라고 보여줄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남편의 어깨를 때리며 큰소리로 많이 울었다. 규명씨가 헤어질 당시 한 할머니는 아들 완석(65)씨를 배고 있었다. 전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머니 결혼했어?”라고 물었고, 완석씨는 고개를 저었다.
최고령자 이석주(98) 할어버지는 60년 만에 북측 아들 리동욱(70)씨를 만났다. 부자는 서로에게 아버지와 아들임을 확인했다. 이 할아버지는 동욱씨에게 “이동욱이가 맞나”라고 물었고, 동욱씨는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할아버지는 남측 가족들의 가계도를 보여줬고, 동욱씨는 북측 가족 사진을 보여줬다. 이봉진(82) 할아버지는 북측에 누고 온 누나의 아들과 딸을 만났다.
2시간 상봉을 마친 이산가족들은 잠시 헤어졌다가 저녁 환영만찬에서 다시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 25일에는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을 하며, 26일에는 마지막 작별상봉을 한다. 가족들은 2박3일간 모두 6차례 12시간의 상봉을 하게 된다.
1차 상봉은 북측 이산가족 신청자가 남측 가족을 만나는 자리였고, 2차 상봉은 남측 이산가족 신청자가 북측 가족을 만나는 자리였다. 고령자들이 많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가족들이 많았다.
공동취재단·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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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4 20:46 수정 2015-10-24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