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사는 정건목(64)씨는 24일 금강산호텔에서 43년 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건목씨는 “엄마”라며 달려가 휠체어에 앉아 남측에서 올라온 어머니 이복순(88)씨를 끌어안았다. 건목씨는 “사니까 이렇게 만나네요. 보세요.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지”라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건목씨와 함께 온 며느리 박미옥(58)씨 손을 잡고 울었다. 건목씨도 남측의 두 여동생 정매(66), 정향(54)씨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건목씨는 1972년 서해에서 조업하다 납북됐다. 북한 경비정은 당시 21세였던 건목씨를 비롯한 25명이 탄 쌍끌이 어선 오대양 62호를 61호와 함께 납치했다. 정부는 이달 초 북측에 납북자 및 국군 포로 50명에 대한 생사 확인을 의뢰하며 건목씨의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
며느리 미옥씨는 북한 체제를 적극적으로 선전했다. 미옥씨는 “우리 당이 오빠 조선 노동당원 시켜주고 공장 혁신자도 되고 아무런 걱정할 것이 없다”며 “우리 남편이 남조선 출신이라고 차별하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어머니 복순씨가 “병원비 많이 들지 않느냐”고 묻자 건목씨는 “우리는 다 무상으로 해준다”고 말했다. 미옥씨는 “땔감도 다 줘서 창고에 넣어 있다. 우리랑 같이 가 살자”고 말했다.
남측 문홍심(83·여)씨는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끌려간 오빠 홍주씨를 만나려고 했으나, 홍주씨는 서울에서 철도고등학교 재학 중 배추밭을 둘러보러 갔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의용군에 징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6년 사망했다. 홍심씨는 상봉행사에서 조카인 치영(48)씨와 조카며느리 리경숙(48)씨를 만났다. 치영씨는 “아버지는 김책공업대학 2기 졸업생”이라며 “당의 일꾼으로, 기술공으로 그렇게 살아가셨다”고 전했다.
공동취재단·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납북어부, 43년 만에 불러본 “엄마”
입력 2015-10-24 20:08 수정 2015-10-24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