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전 딸들과의 약속, 꽃신들고 갑니다” 최고령 할아버지 “고추 팔아 예쁜 꽃신 선물 약속”

입력 2015-10-23 19:30

구상연(98·충남 논산시 채운면) 할아버지는 이번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최고령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에 어느덧 각각 71세, 68세가 된 북측의 딸 구송자·선옥 씨를 만나기 위해 24일 금강산으로 향한다.

65년 전 헤어질 때 각각 6살, 3살이던 두 딸에게 그는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갑자기 북한군에 징용되는 바람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구 할아버지는 "1950년 9월 16일, 그때가 추석이었는데 갑자기 황해도 월장에 있는 광산에 간다고 오후 4시까지 월장항에 집결하라고 하더라. 사실 그게 인민군 모집이었던 건데, 당시 나는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른이 넘어 군대 갈 나이도 아니고. 그렇게 월장에 있는 항으로 가면서 딸과 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후 인천상륙작전 후 미군에게 포로로 잡혀 거제포로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번에 구 할아버지는 두 딸에게 65년 만에 약속을 지킨다.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거동은 불편하지만 딸들에게 줄 꽃신만은 품에 꼭 품고 23일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 집결지인 속초 한화리조트를 찾은 것이다.

아들 형서(41)씨는 취재진과 만나 "지금 몸이 좀 안 좋으셔서 방에 누워계시는데 꽃신은 방에 잘 간직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이번 방북도 고령 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한 것은 물론 기억력도 희미해지고 귀가 어두워져 형서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북에 두고온 할아버지의 아내는 1959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