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공식석상에서 차츰 사라져가는 인사말 ‘메리 크리스마스’를 복권시키겠다고 밝혀 이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나는 좋은 기독교 신자”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는 집어치우고 어디서나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고 인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말은 2000년대 이후 기독교세가 위축되면서 공식적인 자리나 기업 판촉물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문화에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 색채가 짙다는 무신론자나 다른 종교 신도들의 반대가 거세지면서 즐거운 연휴를 보내라는 뜻의 ‘해피 홀리데이스’가 대안으로 득세했다.
각종 공공기관과 주요 민간기업 등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스가 일반적인 인사말로 자리 잡았고, 국립병원 등지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금지곡으로 퇴출당해 기독교계가 항의하기도 했다.
미국은 청교도가 주축이 돼 건립한 국가이지만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인종·성별·종교 등에 따른 차별적인 언어를 쓰지 말자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운동을 거부하는 평소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을 접한 지지자들은 그가 정치적 올바름을 혐오하는 것이 바로 그의 매력이라며 환호했다고 CNN은 전했다.
아이오와주 크로포즈빌의 주민 신시아 포스(60)는 “트럼프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실제로 한다”며 “나는 (빙빙 돌리지 않고) 똑바로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 그는 대놓고 말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트럼프, ‘메리크리스마스 vs 해피홀리데이’ 논란 재점화
입력 2015-10-23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