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다단계설계자 배상혁 7년간 전국 활보했는데 경찰은 '감감'

입력 2015-10-23 15:00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일당의 핵심 인물인 배상혁씨가 22일 오후 검거된 뒤 대구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팔 일당의 4조원대 사기사건의 핵심 인물로 인터폴에 적색수배까지 내려졌던 배상혁(44)씨가 지난 7년 동안 가족과 꾸준히 접촉해 생활비를 받고 전국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배씨가 도피자금 1억원을 주로 쓰고 서울, 경주, 경산, 대전 등 전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생활했다고 23일 밝혔다.

배씨는 서울에 사는 자기 아내 A씨를 수시로 접촉해 생활비를 추가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조희팔 사건의 핵심인물인 강태용의 여동생이다.

배씨는 검거 당시 낡은 임대 아파트에 혼자 거주했으나 고급 차량도 갖고 있었다. 그의 아파트에서 낚시, 캠핑 장비가 많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전국을 활보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경찰이 배씨와 아내이자 강태용의 동생인 A씨 등 주요 인물에 대해 7년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강씨와 배씨 검거에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그동안 A씨를 미행하고 월별, 분기별로 접촉하며 배씨나 강씨 행방을 조사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조사에서 경찰이 조씨 일당의 본사를 압수수색한 2008년 10월 31일 이후 강씨나 조씨 측과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배씨는 22일 오전 경북 구미시 공단동 임대아파트에 은신해있다가 발신지 추적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배씨는 조씨 일당이 전국을 무대로 4조원대 다단계 사기사건을 벌이던 시점에 초대 전산실장을 담당한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08년 11월 국내 수배를 할 당시 배씨가 조씨 일당과 공모해 1조1천억원대 다단계 유사수신을 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2008년 11월 배씨를 수배했으나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생존기록도 없어 밀항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지난 19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대구=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