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넥센타이어와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일본계 금융회사 J트러스트그룹과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히어로즈 팬들은 한목소리로 반발했다. 일부 팬들의 이탈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23일 “넥센타이어와는 재계약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팀 명칭을 사용할 새 스폰서로 J트러스트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J트러스트와의 계약은 지금 유력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즈는 2008년 해단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출범했다. 첫 스폰서는 우리담배였다. 히어로즈는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하지만 우리담배가 당초 3년간 300억원을 약속했던 후원을 중단하면서 2009년 서울 히어로즈로 명칭을 바꿨다.
2010년 넥센타이어와 계약하면서 6시즌 동안 넥센 히어로즈로 활동했다. 2012년까지 6위 아래에서 전전했던 넥센은 2013년부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 박병호(29), 서건창(26) 등 스타플레이어를 육성하면서 팬덤도 커졌다. 지금은 서울 서부를 대표하는 구단이다.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등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연고 구단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이런 히어로즈의 빈번한 스폰서 변경을 놓고 팬들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일본계 제2금융권 회사인 J트러스트와의 계약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팬들은 더 강하게 반발했다.
J트러스트는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등 우리나라에서 제2금융으로 영업하는 금융회사로, 대부업체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여배우 고소영(42)의 광고 계약을 놓고 반발한 여론을 감안하면 히어로즈의 스폰서 계약 소식도 야구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즈가 2016년부터 사용하는 고척돔구장이 우리나라 프로야구 사상 첫 돔구장이라는 점, 박병호가 다음 시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경우 일본계 제2금융회사가 원 소속팀으로 소개될 것이라는 점도 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야구팬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마다 히어로즈와 J트러스트의 계약 추진 소식으로 요동쳤다. 특유의 거친 표현으로 비난과 원성을 쏟았다.
이들은 “구단에 항의차 전화하면 대출상담을 받는 게 아니냐” “관중석에서 일본계 금융회사를 외치고 싶지 않다” “아이에게 같은 팀 팬으로서 추억을 주고 싶어도 팀 명칭이 수시로 바뀌어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일부 팬들은 “팀 명칭을 바꾸면 두산이나 LG로 옮기겠다”고 했다.
히어로즈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밀려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78승 1무 65패(승률 0.545)로 4위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넥센 가고 일본 제2금융?… 스폰서 변경 히어로즈 팬들 집단 멘붕
입력 2015-10-23 10:42 수정 2015-10-23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