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울릉도, 독도를 버린 적 없다!”
“너의 얄팍한 영웅심이 울릉도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냐…조선 왕도 가만히 있는데 너 같이 미천한 자가 혼자의 힘으로 될 것 같으냐. 어서 목숨을 구걸하라.”
신간 소설 ‘독도’(북스타)의 한 대목이다. 17세기 후반 우리 땅 독도를 지켜낸 어부이자 민간외교가인 역사 인물 안용복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 ‘독도’에서 안용복은 우리 땅 독도를 지키려다 대마도(쓰시마) 도주에게 납치된 후 지방 막부 호키주 태수 앞에 끌려 가 내동댕이쳐진다. 호키주는 지금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 부리는 시마네현 일원이다.
한데 막부가 임명한 호키주 태수는 안용복을 석방한다. 사무라이들이 반발하자 호키 태수가 이렇게 말한다.
“저자가 진심으로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 왜(倭)에도 저런 장수가 필요하네.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조국만을 위해 헌신할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 말일세.…심지어 나라의 녹을 먹는 장수도 아니고 일개 어부가 말이야.”
이 안용복을 그려낸 작가는 황인경(59·서울 역삼동 청운교회 집사)이다. 1990년대 밀리언셀러 소설 ‘목민심서’ 작가다. ‘목민심서’와 달리 ‘독도’는 외연 확장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작가는 ‘독도에 담긴 애국 에너지’를 위해 안용복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과하게 끌어 들인 걸까. 사료 부족에도 작가적 상상력으로 말이다.
독도 수호 안용복, 베드로와 같은 어부
“안용복은 생몰조차 나타나지 않은 어부에 불과합니다. 베드로나 안드레 같은 평범한 어부였던 거지요. 고향 동래부(부산) 수군으로 있으면서 일본어를 좀 할 줄 안다는 것 외에 특별한 것 없는 조선의 백성이었어요. 한데 그 무지한 백성인 그가 심지 하나 만은 분명했어요. ‘나는 조선의 백성이고, 그러므로 내 땅에 왜놈이 약탈을 일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조국애 말입니다. 사료에는 에도 막부가 자산도(독도 옛 이름)를 포함한 울릉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확인하는 서계(書啓·외교문서)를 안용복이에게 써주었다고 나타나 있습니다. 따라서 소설은 팩트(fact)를 근거한 역사소설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기 쉽도록 재밌게 구성한 것이지요.”
황 작가를 만난 것은 ‘독도의 날’(25일)을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스타 작가’임에도 ‘친정집 식구’를 만난 양 그간 막힌 언어를 쏟아냈다.
“저는 종일 기도해요. 내 숨이 이렇게 쉬는 한 기도해요. 어떤 경우든 기도해요. 기도를 어떻게 멈춰요. 작품을 쓴다는 이유로 어떻게 멈춰요. 기도로 쓰고, 기도로 일하고, 기도로 먹고…친정붙이 아니라면 황망하고 허무한 얘기 한다고 그러겠지요. 어찌 보면 안용복이란 인물도 내가 기도하듯, 애국심이 기도처럼 붙어 있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조정조차 관심 갖지 않는 땅을 지키려 목숨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의 대한민국은 바로 이러한 이들의 피로 이어진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데 서계는 대마도주에게 뺏기고 만다. 사실(史實)이 그러하다. 작가는 서계를 화로에 넣는 대마도 도주 소우 요시쓰구의 비열함과 안용복의 절규를 그려냈다. 사실을 재창조한 ‘팩션(faction)’이다.
“지난 8월 ‘유라시아 친선특급’ 통일 열차를 탄 적이 있어요.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한 열차에 300여명의 대원들이 참여했죠. 저는 ‘독도’ 마지막 작업을 하느라 부득이 모스크바에서 합류했어요. 피아니스트 백건우, 성악가 조수미 등도 그때 합류했고요.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에서 열린 축하 공연 때에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인사가 잊혀지지 않아요. ‘독도’를 썼다고 하자 윤 장관이 ‘너무 고맙습니다. 문화예술로 이렇게 알려주어서 말입니다’라고요.”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지난 10여년을 안용복이라는 인물과 살았다. 안용복의 여정이 스민 대마도와 오키, 시마네 등을 답사했다. 부산과 울릉도·독도 등은 수시로 드나들었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 등에서 자료를 찾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안용복에 관한 자료가 많지는 않았어요. 반면 일본 대마도 역사박물관 등에는 안용복이나 독도 등에 관한 옛 문헌이 잘 정리·보관되어 있었고요.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더라고요. 목소리만 높여서 결코 저들의 야욕을 이길 수 없다는 거예요. ‘독도’ 문제를 목소리로만 해서는 안되겠구나란 생각이 더욱 확고해 지더라고요.”
황 작가는 이미 ‘목민심서’를 통해 서사가 갖는 힘, 스토리텔링이 갖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동북공정과 독도 침탈에 맞서는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학문적 노력이 중요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역사 연구에 대한 노력의 결과를 대중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전하는 작가의 자세도 더 없이 중요한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애국적 소설’이라고 표현했다. 그 애국에는 이념의 편향과 진영논리가 개입될 수 없다. “구약에 나타난 이스라엘 사람들의 심정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소설 ‘독도’가 갖는 재미의 하이라이트는 안용복과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여주인공 소우 나오코이다. 대마도주의 여동생인 나오코는 남장을 한 동래부 왜관 책임자다. 두 사람은 극한의 위기 속에서 연정을 싹 틔운다. 사랑과 밤은 국경을 무너뜨린다. 사랑은 ‘주제 소설’을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할 수 있는 플랫폼인 셈이다.
“안타까운 점도 많았어요. 울릉도 안용복기념관의 입구 접근이 쉽지 않았고, 부산 안용복 장군 동상은 너무 작았어요. 기록은 키 180cm 정도인데 동상 크기가 많이 못미쳐요. 제 힘이 닿는 한 돕고 싶어요.”
작품 및 사업 대박, “축복은 하나님이 결정”
실제 그는 며칠 전 안씨 종친회 임원들을 만나 그같은 얘기를 했다. 그리고 도울 방법을 찾는 중이다. 이는 덕담이 아니다. ‘소설가 황인경’이자 ‘사업가 황인경’이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산업용 패킹 회사 아이넴 회장이면서 NGO ‘컴 투게더’ 이사장이기도 하다. 아이넴은 최근 원자력발전소와 글로벌기업 바스프 등에 기술력으로 승부한 제품을 납품했다. “하나님은 늘 쉽게 주지 않으시지만 당신이 지명해 ‘너는 내 것’이라 한 약속을 지키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 서비스, 문화사업 등에서 돈을 벌어 ‘하나님 뜻대로’ 쓰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긴다. 요즘 그는 서울 남산 여명학교의 탈북자 자녀들이 마음대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도록 돕고 있다. 사소한 일 같으나 각종학교인 여명학교는 운동장이 없다. 소외된 아이들이니 마음의 문 또한 닫혔다. 예수가 그들 마음에 거하지 못했다.
한데 그는 그들에게 최고급 브랜드의 축구복을 해주고 잔디운동장에서 뛰게 힘을 보탰다. 또 대한축구협회 등의 후원을 얻어 축구화와 축구공을 제공했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몸이 부딪혔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신앙의 문도 서서히 열렸다.
그는 1997년 미국 한인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문지방을 넘는 순간 ‘내가 너를 불렀다’는 음성을 들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그는 새벽 기도를 거른 적이 없다. “기도 때마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의 계획을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대언의 작가가 되게 해달라고 간구한다”고 했다.
황인경은 ‘가정학’을 전공한 평범한 주부였다. 두 아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 같이 앉아 공부를 하다가 역사 인물 정약용에 매료되어 썼던 소설이 ‘목민심서’다. 그리고 밀리언셀러. 그 후 사업마다 ‘대박’을 낳는 미다스의 손. 논리적으로 쉽게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무엇을 하건 하나님 편이고 싶어요. 축복을 주시고 안주시고는 하나님이 결정하세요.”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독도 지킨 안용복은 베드로 같은 어부"
입력 2015-10-23 09:52 수정 2015-10-23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