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의 이철환(54·높은뜻정의교회 집사) 작가가 신간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생명의말씀사)를 펴냈다. 16년간 이어지고 있는 극한의 고통 가운데 얻은 깨달음과 묵상을 담았다. 이명(耳鳴), 어지럼증, 우울증…. 이 작가는 이러한 아픔의 시간을 통해 동행하시는 하나님, 늘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7년 동안 430만부가 팔린 ‘연탄길’ 1, 2, 3편을 쓰면서 과로로 생긴, 고막이 찢어질 듯한 이명과 어지럼증, 불면증과 우울증 때문에 절망 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되면서 얻은 삶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또한 이 작가가 직접 그린 31장의 그림도 담겼다.
지난주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북쪽 소나무 숲 나무벤치에서 마주앉아 신앙고백을 했다. 그는 “언젠가는 하나님의 신실한 자녀로 거듭나고 싶은, 지금은 형편없는 믿음을 가진 자의 신앙고백”이라면서 “하나님 밖에서 하나님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책 속에 글과 함께 나오는 그림 한 장을 보여줬다. 한눈에 기린 두 마리가 쇠창살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림을 다시 한번 자세히 보라고 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보면 다른 풍경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쇠창살 속에 갇힌 것은 기린인가. 나인가?’라는 물음이었다. 머뭇거리자 작가가 말했다. “쇠창살 속에 갇힌 것이 기린이 아니라 나일 수 있다는 거죠. 기린 두 마리의 눈을 유심히 보세요. 기린의 눈이 쇠창살 구멍을 정확히 맞추고 쇠창살에 갇혀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요.”
그가 말한 핵심은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 짤막한 고백만으로도 악마가 파놓은 함정을 피해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람은 아픔을 당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진심어린 비판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연탄길’이 430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것은 5개 출판사로부터 거절, 즉 다섯 번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가는 “이명은 16년 동안 지금까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이제 제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그 시간을 통해 고통 속에 동행하시는 예수님을 만났다”고 말했다.
-왜 신앙고백을 하게 됐나요.
“나에게 있어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했을 때 예수님을 전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됐습니다. 나의 고백을 통해 누군가 예수님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수님을 믿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것은 ‘분별력’입니다. 나는 과연 분별력이 있는가를 계속 자문해 보았고 이 책에서 밝혔듯 분별력이 없어 가슴을 쳤던 일이 많았습니다. 예수님 말씀을 통해 삶의 분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하나님 밖에서 하나님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겐 더 어려웠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것보다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말입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지난 시간 방황하고 고통스러웠던 시기의 나의 신앙고백을 통해 믿음의 사람들에게 ‘당신도 그랬군요’라는 공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기도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요.
“기도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기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참 믿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탄길’을 쓰는 동안 7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기간에 가장으로서 책 집필뿐만 아니라 생계도 책임져야 했기에 서울 노량진에서 학원 강사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너무 몸을 혹사시키면서 밤낮으로 일하다 보니 결국 건강이 나빠졌습니다. 극심한 어지럼증과 이명, 우울증이 찾아왔고 정말 캄캄한 지옥에 있는 듯한 세월을 수년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기에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원하는 것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주시지요. 내가 원했던 것을 하나님이 다 주셨다면 정말 교만해졌을 것이고 악마가 그 틈을 타고 들어왔을 것입니다.”
-하나님께로 가는 길가엔 왜 이렇게 장애물이 많은 걸까요.
“어느 날 헨리 나우웬의 ‘영적 발돋움’을 읽다가 별똥별의 섬광처럼 제 마음을 가로지르는 대목을 만났습니다. 인간의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하나님의 세심한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을 갖지 않고서는 하나님께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신뢰하는 마음으로 영적인 지도자에게 순종하지 않고서는 하나님께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로 갈 수 있는 이 세 가지 방법은 악마를 이길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이기도 할 것입니다. 기도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기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올바른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과 가까워진 독특한 방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의 방 한쪽 벽면에는 A4 용지가 100여장 붙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성경 말씀을 적은 것입니다. 이 말씀들을 틈틈이 외웠습니다. 고통의 시기에 있었을 때 집에 있던 ‘그토록 많은 책들이 나에게 과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결국 나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말씀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을 할 때 극한으로 몰고 갈 정도로 해야만 하나요?
“이 문제를 담임목사님과 상담도 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극한이 아니라 열정이라는 말을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건강을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청소년에게 롤모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건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더욱 좋은 영향력을 많이 끼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의 건강 문제에 대해 더욱 많이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닮고 싶은 분이 두 분 계시다고요.
“저는 C S 루이스, 헨리 나우웬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믿음이 깊어지면 신앙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 시간이 지나면 그런 날들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과 믿음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기도하고 글을 써서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새 모습의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오랜 시간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지만 참으로 중요한 시절을 놓쳤지요. 청년 시절에도 교회를 들락날락거리며 저의 신앙은 방황했습니다. 그후 20년이 넘도록 비교적 올곧은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싶었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님을 향한 저의 믿음은 정말로 변덕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저의 신앙은 어린 새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순수를 간직한 어린 새의 모습이 아니라 철딱서니 없는 어린 새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을 뵙고 난 뒤 뭐가 달라졌나요.
“분명한 것은 주님을 제대로 알기 전에 저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분별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추악한 상상으로 저를 더럽히고 나면 저 자신을 향해 ‘쓰레기’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님을 제대로 알고 나서도 저는 여전히 추악한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저 자신을 향한 고백은 이전과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라고 고백할 수 있었으니까요.”
-두 가지 고백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요.
“아니지요.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자신을 향해 ‘쓰레기’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쓰레기 같은 자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알게 되어 저는 이전보다 훨씬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분이 가르쳐주신 사랑을 실천하며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게 익숙한 것을 버리고 낯선 곳을 향해 용감히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둠이 나무벤치를 향해 달려올 무렵 그는 숲을 바라보며 물었다. “굳게 잠긴 성문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일까요?” 그는 빙그레 웃으며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고 나직이 말하고는 일어났다.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
입력 2015-10-23 09:41 수정 2015-10-23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