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천 화백 작품의 평균가격은 호당 8000여 만원으로 박수근 화백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녀의 작품 가운데 가장 고가인 작품은 K옥션에 경매된 ‘초원∥’로 12억원에 낙찰됐다. 서울 옥션에서 거래된 작품 중에는 ‘여인’이라는 작품이 8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경매 관계자들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신작이 거의 나오지 않았고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했다.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작가의 사망 소식이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모멘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천 작가의 경우 워낙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못했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옥션의 손이천 홍보 차장도 “2003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실질적인 신작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다 천 작가가 해외에서 큰 인기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변동은 없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녀의 작품은 수량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07년 발행된 도록 ‘천경자 그 생의 아름다운 찬가’에 소개된 작품은 312점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은 93점으로 알려졌다.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천 작가는 1942년 제22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외할아버지를 그린 ‘조부’가 입선하면서 화단에 들어섰다. 1952년 부산에서 연 개인전에서 뱀을 그린 그림 ‘생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화가로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중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린 미인도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해 위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고비를 맞게 됐다. 한국화랑협회감정에서 진품이라는 결론이 나오자 천 작가는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몰라보는 일은 절대 없다”는 말과 함께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1998년 11월 일시 귀국해 작품 93점을 서울 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곤 다시 뉴욕으로 건너가 맏딸 이씨가 생활했다. 2003년 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작품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2000년대 이후 신작이 전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