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에게 해킹당한 CIA 국장 이메일

입력 2015-10-22 17:26 수정 2015-10-22 17:30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개인 이메일 계정이 스스로를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해커에 게 해킹 당했다. 에 대 이란 외교관계 정책자문 내용이 담긴 데 이어 추가로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전략 등이 밝혀질 예정이라 파문이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007년에서 2008년 사이 존 브레넌 CIA 국장의 개인 이메일 내용을 폭로했다. 지난 18일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가 자신을 고등학생이라 밝힌 해커가 브레넌 국장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했다고 보도한 지 사흘만이다.

이번 공개 내용에는 브레넌 국장의 개인 이력과 여권번호, 전화번호, 어린 시절 살던 집과 지금의 집 주소 등 구체적인 개인 정보 담겼다. 브레넌 국장 부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SSN), 친·인척 정보 등도 포함됐다.

공개된 문서 중 ‘이란 문제(The Conundrum of Iran)’라는 이름의 정책자문 초안에는 “2009년 1월에 누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백악관)의 주인이 되든 이란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혔다. “이란의 각종 테러 지원행위와 핵개발 야심, 지역패권 목표 등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이란 간의 대화는 (특정이슈에 국한된) 좁은 초점의 대화가 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적혔다.

고문을 암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메일 내용 중 크리스토퍼 본드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부의장이 위원회 의원들에게 보낸 2008년 5월 서신에는 ‘미국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미 육군 행동지침(AFM)에서 허락한 조사 방법들 외에도 다른 ‘다양한’ 방법을 통해 테러리스트나 수감자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국가안보 관련 인물 발탁 시 신원조회를 하는 데 쓰이는 서류 SF86 등과 더불어 브레넌 국장이 백악관에 이란 특사를 임명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들었다. 콜린 파월·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앨 고어 전 부통령, 토니 레이크·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특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도 있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있을 추가 공개에서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전략 등도 밝히겠다고 전했다.

CIA는 공식 성명에서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 계정 내용이 안보 담당자로서 개인적으로 충분히 가지고 있을만한 정도의 정보라며 애써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 동시에 이번 해킹이 분명한 범죄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뉴욕포스트는 이번 해킹에 대해 CIA 관계자가 “나이 먹은 사람들의 문제는 사이버보안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라며 불평했다고 내부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해킹을 한 고등학생은 뉴욕포스트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신은 이슬람교도가 아니라고 밝히며 속단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어 자신은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에게서 동기를 얻고 이번 해킹을 저질렀으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20일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내가 만약 (CIA에 체포되어) 사라진다면 평화와 자유 평등을 원했다는 것만 기억해달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CIA는 해당 계정 내용을 바탕으로 용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