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집필하냐?”…서울대 교수 36명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 참여 거부

입력 2015-10-22 15:33 수정 2015-10-22 21:02
사진=좌측부터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오수창 교수,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 역사교육과 김태웅 교수. <네이버 인물 캡처>

서울대학교 사학과 교수들이 국정 교과서에 대해 집필은 물론 자문이나 심의 등 그 어떤 제작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거부의사를 밝혀 네티즌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양심있는 지성인들의 행동에 일말의 희망이 보인다는 반응과 함께 서울대 교수들까지 거부의사를 밝힌 마당에 집필진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 오수창 교수 등 3명은 22일 오전 교내 인문대학 신양관에서 사학계열 교수 36명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정교과서 제작 강행 시 어떤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거부의사를 밝혔다.

교수들은 “지금 정부가 만들고자 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그 자체로서 ‘올바르지 않은 교과서’”라고 지적하며 4가지 이유를 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수들이 주장한 4가지 이유로는 첫째 역사교육의 본질에 위배되고, 둘째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도 정면충돌한다. 셋째로 세계 시민의 보편적 기준에 어긋난다. 마지막으로 평화통일과 세계사 교육에 대한 지향을 담지도 않았다.

아울러 교수들은 국사학자 90%가 좌파라는 데 대해 “국사학자들은 근거 없이 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밖으로 대한민국을 오해하게 하고 안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검정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역사교과서’라는 주장은 그 책을 승인한 정부가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는 모습”이라며 꼬집었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는 전체 사학계역 교수 44명 중 36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8명도 연구에 집중한다는 뜻일 뿐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서명에 수많은 네티즌들은 찬사를 쏟아내며 응원을 이어갔다. 한 네티즌은 “서울대가 나서줘서 다행이다”라며 응원했고 다른 네티즌도 “양심 있는 지성인들의 행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번에야 말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상식이 이기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암흑의 시기를 살고 있지만 지성인의 양심이 아직은 살아있어 다행이다” 등의 반응을 보인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집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국정 교과서를 누가 만들지 궁금하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서울대 교수들조차 참여하지 않는다는데 누가 만들지 궁금하다” “국정화 교과서 집필진 공개되면 적도도 1000년은 역사에 길이 남게 될 듯”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