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달구는 ‘나는 김치녀입니다’ 여대생 대자보…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10-22 14:53
여대생이 내걸었다는 ‘나는 김치녀입니다’ 대자보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적 편견을 적절히 비판했다며 공감하는 의견도 있지만 ‘김치녀는 책임감 없는 극소수 여성을 비판하는 단어일 뿐인데 지나치게 일반화했다’는 비판 등도 만만치 않습니다. 22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도는 이 대자보는 자신을 ‘13학번 김치녀’라고 소개한 A씨가 대학 건물 유리문에 붙인 것입니다.

A씨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도 김치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김녀입니다. 제 돈으로 비싼 화장품과 명품 옷을 사고, 좋아하는 스타벅스에 자주 갑니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적이 없으나 김치녀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면서 김치녀는 일부 여성을 비판하는 단어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치녀를 구분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치녀라는 단어는 일부 여성을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우분들은 김치녀를 어떻게 구분하실 건가요? 사상검증, 검열을 통해 본인이 김치녀 하면 떠오르는 그 무엇을 해당인이 어떻게 사유하느냐, 이에 대해 공격적인가 방어적인가 등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이는 명백하게 전혀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A씨는 인터넷에는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인터넷만 켜면 학우들과 대화만 하면 맘충 김여사 아몰랑 등의 단어들이 오갑니다. 불편함을 티내며 문제제기를 하면 예민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회원수 100만 이상인 소라넷에는 오늘도 화장실 몰카가 올라옵니다. 유명한 남성 잡지는 성폭력, 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화보를 찍었습니다. 여성혐오적 편파 발언을 일삼는 페이스북 김치녀 페이지는 커뮤니티 표준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여성혐오 분위기가 지속되는데도 사회는 방관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진보든 보수든 역사든 경제든 모든 사회문제는 결국 남자들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시각에서 시작되고 끝났습니다.”

A씨는 끝으로 여성을 외모로 판단하는 편견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모든 여성은 아름답다’는 이 폭력적인 명제의 대우 명제는 ‘아름답지 않으면 여성이 아니다’입니다. 우리는 아름답지 않아도 됩니다.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행동해도 괜찮습니다.”

여학생의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르내렸습니다.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내 돈을 써도 눈치를 봐야 하는 건 분명 폭력적 상황” “여성 운전자가 경차를 운전하며 정속주행하면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앞질러 가는 한국남자들이 꼭 봐야할 글”이라며 응원하는 댓글과 함께 “김치녀란 극소수 무개념 여성을 비판하는 단어일 뿐인데, 그걸 일반화하다니. 본인이 김치녀라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것부터 증명하라” “여자는 제 돈 쓰면 멋진 거라는 건 인정한다. 그럼 남자도 똑같이 인정해줘라. 예를 들어 남자는 여자보다 결혼지참금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 그건 정말 김치녀다. 대자보 쓴 학생은 절대 안 그럴거지?”라는 반박 댓글이 얽히고 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