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려진 대로 컵스는 1945년 염소와 함께 들어오려던 관객의 입장을 거부한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컵스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1908년으로 이후 107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입장을 거부당했던 관객이 몰고 온 염소의 이름이 ‘머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컵스의 상대팀 뉴욕 메츠에도 ‘머피’라는 선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선수가 페넌트레이스에 보여주지 못했던 ‘깜짝’ 활약을 선보이며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막았다. 머피는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 홈런 신기록을 경신했고 이 기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머피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 4승제) 4차전에서도 맹활약했다. 3번 타자 2루수로 출전한 그는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8회초 2사 1루에서 쏘아 올린 2점 홈런은 마지막 안간힘을 쓰던 컵스를 무릎꿇게 한 쐐기포가 됐다. 이 홈런으로 머피는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을 6경기로 갈아치웠다.
머피는 꾸준하고 정확한 타격으로 호평 받았던 선수였지만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는 홈런이 14개에 불과할 정도로 거포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머피는 포스트시즌 들어 잇따라 홈런을 터뜨렸고 컵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4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쳤다. 70년 전 염소와 같은 이름을 가진 선수가 컵스를 무너뜨린 것이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