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이룬 조종사의 꿈, 국민조종사 돼서 하늘 날아요”

입력 2015-10-22 13:05

"멋진 여류 조종사가 되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제야 실현한 것 같아요."

공군의 제5기 '국민조종사'에 뽑혀 22일 국산 공중통제기 KA-1을 타고 대한민국 상공을 비행한 대학강사 양국희(49)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공군은 이날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 행사장인 성남 서울공항에서 양 씨를 포함한 4명을 국민조종사에 임명하고 공군이 운용 중인 국산 항공기를 탑승할 기회를 줬다.

양 씨를 비롯한 2명은 KA-1을 탔고 다른 2명은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 올랐다. 이들은 공군 현역 조종사가 조종하는 항공기 후방석에 앉아 비행을 체험했다.

국민조종사 4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양 씨는 어린 시절 조종사가 되고 싶었으나 당시만 해도 공군사관학교가 여생도를 뽑지 않아 꿈을 접어야 했다.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동경을 포기할 수 없었던 양 씨는 항공사 승무원이 돼 비행기를 탔다. 지금은 퇴직한 그는 퇴직승무원 동우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국민조종사인 고권희(24) 씨도 시력이 나빠 두 차례나 공군사관학교에 낙방하고 조종사의 꿈을 접었지만 이번에 KA-1을 탔다.

연세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고 씨는 항공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어릴 적 가입한 한국항공소년단에서 지금도 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올해의 국민조종사에는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방송인 박종진(49) 씨와 회사원 박영웅(49) 씨도 포함됐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서울공항에서 비행을 마친 이들 4명에게 국민조종사 임명장을 주고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일일이 목에 매줬다.

정 총장은 이들에게 "영공 방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공군과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조종사를 태우고 하늘을 난 T-50은 F-16 전투기 수준의 기동 성능과 디지털 비행제어시스템, 전방시현기(HUD)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춰 고성능 전투기 조종사 양성에 적합한 항공기로 평가받고 있다.

KA-1은 최초의 국산 훈련기인 KT-1의 개량형으로, 선회 능력, 연료 소모율, 조종 안정성이 뛰어난 공중통제 공격기다.

ADEX를 계기로 진행된 올해의 국민조종사 선발은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진행됐으며 756명이 신청했다. 공군은 서류·면접 심사, 비행 환경 적응훈련, 생환훈련 등을 거쳐 4명을 뽑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