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강화를 위해 역학조사관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정부가 필요한 예산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정규직 역학조사관'을 더 선발하겠다던 방역 당국의 약속이 말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내년도 정부 예산을 분석한 결과 역학조사관 확충에 필요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 당시 당시 전국에는 역학조사관이 30여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하루 20시간 격무에 시달렸다. 지친 역학조사관들의 조사가 지연될 때는 방역에도 허점이 노출됐다.
정부는 7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역학조사관 수를 늘리고 정규직으로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의 실행은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역학조사 인력 42명 가운데 정규 공무원은 2명뿐이다. 나머지 40명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결핵 역학조사관 인력을 총 77명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비정규직 역학조사 인력 40명을 모두 정규직 역학조사관으로 전환하고, 새로 35명을 뽑는 등 총 75명을 더 확보하는 계획을 행정자치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무원 채용을 담당하는 행자부는 내년도 역학조사관 선발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정기 직제' 방식으로 내년 내에 역학조사관을 선발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김 의원은 "행자부는 따로 예산이 없어도 예비비로 역학조사관을 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올해 예비비로도 충분히 선발이 가능했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역학조사관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나왔고, 국회에서 관계 법률까지 통과된 지 4개월이나 지났다"며 "메르스 이후 각종 대책에서 역학조사관 확충 방안이 반복적으로 강조된 만큼 서둘러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내년도 복지부 예산에서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예산,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 등이 삭감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내년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돼 희과난치성질환자 지원 대상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관련 예산은 오히려 약 15억원 감소한 285억2천100만원으로 잡혔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도 올해(334억6천600만원)보다 32억1천200만원 감소한 302억원이 편성됐다. 이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확대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김 의원은 희귀 난치성질환자 지원 예산으로 113억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으로 32억원 등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정부 메르스 대책 모두 허언?” 역학조사관 확충한다더니…내년 관련 예산 0원
입력 2015-10-22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