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이 모자라 부산의 소주업체가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선주조는 이달 20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생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가 21일부터 정상 가동을 겨우 재개했다.
100% 이상을 유지하던 빈병 회수율이 최근 80% 수준으로 떨어진데다가 영업부진에 따른 재고물량 증가 영향으로 하루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소량이라도 생산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업계 특성을 볼 때 이 같은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대선주조 기장공장의 하루 평균 소주 생산량은 24만∼28만병이다.
한 달 평균 회수하는 공병은 600만∼700만병인데 그 물량이 20% 이상 줄어든 것이다.
회사는 빈병이 부족해 비싼 새 병도 매입하고 있지만, 빈병 품귀로 동종 업계 모두가 신병 사들이기에 나선 탓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빈병 매입 가격은 56원이나 새 병은 세 배가 넘는 180원이라서 부담이 크다.
빈병이 부족한 것은 정부의 빈병 보증금 인상 발표 후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빈병 보증금 인상 발표 이후 빈병 품귀 현상을 절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빈병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일부 업체는 생산 공장 가동 시간을 줄여가며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빈병 보증금 인상까지 아직 많은 기간이 남아 있어 업계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환경부는 3개월 뒤인 내년 1월 21일부터 빈병 보증금을 현재의 배 이상으로 올린다.
소주병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이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 상승한다.
이는 빈병 회수와 재사용을 늘리려는 조치다. 빈 용기 보증금은 1994년 이후 동결됐는데 22년 만에 오르게 된다.
환경부는 보증금 인상 시점을 전후해 빈병과 신병을 구분, 이전과 이후에 판매된 병을 라벨로 구분해 보증금을 주기로 했다.
주류 제조업체는 가격 상승, 국산 주류의 경쟁력 약화 등이 초래될 수 있다며 시행 시기 조정, 업계 부담 완화 등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빈병 부족해 소주공장 가동중단 사태… “누가 사재기를”
입력 2015-10-22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