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논리로 나를 소아병적 매도했다” 안병욱 “심판원장 복귀안한다”

입력 2015-10-21 20:04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장직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한달 가까이 외부와 접촉을 끊었던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가 21일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무조건 계파논리로 매도하는 당의 상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금으로선 심판원장직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 원장은 지난달 25일 "심판원 활동의 모든 것을 계파논리로 매도돼 만신창이가 됐다"면서 총선 전에 윤리심판원이 재편돼야 한다면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표가 직접 나서 복귀를 타진했으나 안 원장은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으며, 후임을 정하지 못한채 심판원 기능은 사실상 마비되는 등 문 대표 등 지도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안 원장은 "어려운 시점에 있는 문 대표에게는 굉장히 송구스럽다"면서도 "제가 복귀할 경우 다시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안 원장은 특히 "문제가 불거지면 특정 계파를 대변한다며 저를 소아병적으로 매도하던 당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사퇴의사를 철회한다면 더 우스꽝스러울 것"이라며 "누가봐도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 변화가 생기면 복귀할 수 있느냐"고 묻자 "조건을 붙여서 사퇴한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복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후임 심판원장을 추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러면 또 친노계파가 추천했다고 할 것 아닌가"라며 "다른 훌륭한 분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 원장은 이번 사퇴를 윤리심판원 재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총선 때가 아닌 지금 이 (윤리심판원을 계파논리로 비판하는) 문제가 불거진 것이 오히려 예방주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문 대표도 이같은 부분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총선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심판원이 아닌 다른 직책을 맡아 당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치권으로 완전히 돌아가라는 것인지, 정치인들의 들러리를 서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특정계파가 아닌 민주세력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지금 윤리심판원장을 계속맡는 것은 오히려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사퇴한 것이지만, 이후 고사리손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안 원장이 사퇴 의사를 고수하는 가운데 윤리심판원은 이날도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 문 대표 등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도 윤리심판원은 의원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공천혁신안 처리에 "집단적 광기를 보였다"고 비판한 조경태 의원의 징계건을 논의했으나, 회의 정족수(5명)를 겨우 채운 채 회의를 진행했다.

결국 심판원은 전원의 중지를 모아 다시 논의하는 것이 낫겠다며 다음달 9일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