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21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기 위해 함께 거리 선전전에 나서는 등 '야권 3각연대'를 본격 가동했다.
야권이 한 목소리로 공세를 퍼부어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지만, 투쟁일변도로 나서면 여론의 역풍에 부딪히리라는 우려도 나왔다.
문 대표와 심 대표, 천 의원 등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신촌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1천만 서명 불복종 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이들은 최근 문 대표가 반대 서명운동 과정에서 보수단체의 격한 항의를 받았던 점을 고려, 이날은 행사 직전까지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등 '비밀작전'을 하듯 행사를 준비했다.
문 대표는 "범야권이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좋지 않나. 공동대응으로 국정화를 확실하게 막아낼 것"이라며 "유신을 한국식 민주주의, 구국을 결단이라고 하고, 5·16도 혁명이라고 가르치는 역사책을 허용해야겠나. 1천만명 서명을 꼭 채워달라"고 했다.
심 대표 역시 "헛된 국정화 망상을 버리지 않으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정화로 경제실패를 가리려는 정치적 노림수는 통하지 않는다. 총선을 앞둔 집권여당 의원들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 의원도 "국정화는 국민의 머릿속에 시대착오적 역사관을 주입하겠다는 음모의 산물"이라며 "총선에 앞서 이념논쟁으로 몰고가는 얕은 꾀에 국민은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의원 지지자들은 현장에서 '개혁적 국민정당 추진 모임' 이름으로 '몰상식을 강요하지 말라' 등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선전전을 벌였다.
선전전 후에는 문 대표와 심 대표가 오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교과서 문제를 고리로 이들의 연대가 본격화, 결국 내년 총선에서의 선거연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야권의 다른 구성원들과 공조를 본격화하는 한편으로 여권을 향한 자체 공세 수위도 높였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부친 친일행적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조상의 친일 덕에 호의호식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친일행각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국정화 반대 팻말을 들고 있는 영상을 제작해 SNS에 게재하는 등 온라인 선전전도 이어갔고, 당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와 언론홍보특위도 대책회의를 열어 여론전 대비태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전방위 강경투쟁'만을 계속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환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예산을 볼모로 하거나 국회를 보이콧 하는 것은 국민이 식상해 한다. 어른스럽게 반대해야 한다"며 "과격하고 무리한 주장을 하면 (여당 프레임에) 말려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설훈 의원도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국회의 제일 중요한 역할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는 것"이라며 "예산심의는 (정상적으로) 해야된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총선 앞둔 얕은 꾀, 범야권 함께 막는다” 文·沈·千, 국정교과서 저지위해 함께 거리로
입력 2015-10-21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