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0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마련한 버킹엄궁 국빈 만찬에서는 왕궁의 화려한 분위기에 맞는 참석자들의 옷차림도 관심을 모았다.
특히 국빈 만찬에 처음으로 참석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은 주빈을 고려한 세심하고 아름다운 옷차림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날 만찬에서 시 주석의 오른쪽에 앉았던 미들턴빈은 중국 국기색과 같은 빨간색의 단정한 라운드넥 드레스를 입었다.
어깨를 살짝 덮는 이 캡소매 드레스는 미들턴빈이 즐겨 찾는 디자이던 제니 패컴이 특별히 제작한 옷이라고 일간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왕세손빈은 또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여왕 소유의 연꽃 티아라(작은 왕관)도 쓰고 나왔다. ‘파피루스 티아라’로도 불리는 이 왕관은 왕대비가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에게 물려줬던 것이다.
미국 ABC방송은 “미들턴빈이 다이애나비의 티아라를 쓰고 오지 않을까 예상됐으나 대신 중국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꽃인 연꽃 티아라를 골랐다”고 말했다.
중국의 패션 아이콘인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특유의 우아한 옷차림으로 이목을 끌었다.
펑 여사는 7부 길이 소매의 짙푸른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하얀 벨트와 클러치, 다이아몬드 귀걸이와 브로치를 매치시켰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날 만찬 드레스를 포함해 펑 여사가 영국 도착 후 선보인 세 벌의 옷이 모두 우아했다며, 펑 여사가 “패션 해트트릭”을 기록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만찬의 호스트인 엘리자베스 여왕과 주빈인 시 주석의 옷차림은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이날 만찬 초대장에 적힌 드레스코드는 ‘흰색 타이의 야회복 또는 전통의상’이었는데 시 주석은 지난달 백악관 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중국의 예복인 중산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여왕은 만찬 때마다 즐겨 입는 흰색 드레스에 흰 장갑을 끼고 파란 어깨띠와 같은 빛깔의 사파이어 티아라를 착용했다.
이날 만찬에는 대부분의 왕실 가족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170명이 참석했다. 여왕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충성선서를 하는 것을 거부했던 제러미 코빈 노동당수도 흰 타이 차림으로 만찬장을 찾았다.
그러나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와 개인적 친분이 있어 중국과는 불편한 관계인 찰스 왕세자는 만찬에 불참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붉은 드레스에 연꽃 왕관…국빈만찬 빛낸 英 미들턴빈
입력 2015-10-21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