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엔 늘 극우정당 지지 급등” - 독일 Ifo연구소

입력 2015-10-21 15:58 수정 2015-10-21 16:00
유럽 극우정당 로고. 왼쪽부터 네덜란드 PVV, 프랑스 국민전선, 그리스 황금새벽당

금융위기 이후엔 늘 극우정당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1870년부터 2014년 사이 140여 년간 유럽 등 20개 선진국에서 실시된 총선 결과와 경제난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이든 지역적 규모이든 금융위기의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는 늘 극우정당 또는 대중영합주의적 우파정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좌파 정당은 금융위기로 인한 혜택을 보는 일이 없었으며, 최근 유럽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에서 극좌파 정당 시리자가 부상한 것은 예외적 사례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역대 금융위기로 인한 정치적 격변은 대체로 10년 정도만 지속하고 이후엔 과거의 정치지형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기가 아닌 일반적 경기침체나 통상적인 거시경제적 충격일 때에는 극우정당의 지지율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었다.

2006년 5.9%였던 네덜란드 자유당(PVV) 지지율은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0년 15.5%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스웨덴 민주당 지지율은 2.9%에서 5.7%로 높아졌고, 2012년 선거 때 프랑스 국민전선(FN) 득표율은 10% 증가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그리스의 ‘황금새벽’, 영국독립당(UKIP), 덴마크 국민당을 비롯한 유럽 극우정당들의 지지율도 대부분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높아졌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파 내지 포퓰리즘적 우파들이 약진했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 이후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각각 파시스트당과 나치당 등 극우정당이 득세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벨기에의 렉시스트, 스페인의 팔랑헤, 핀란드의 애국국민운동 등 유럽 다른 나라들의 극우정당 지지율도 치솟았다.

이런 현상은 지역 규모의 금융위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후반 스칸디나비아 금융위기 때에도 극우정당인 노르웨이진보당 지지율은 3.7%에서 13%로 뛰었고 덴마크 유사 정당 지지율도 두 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 유권자들이 경제 사회적 어려움을 소수자와 외국인 탓이라고 비난하는 극우파의 정치적 수사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금융위기는 이 밖에도 여러 면에서 민주주의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기존 정권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가운데 정파 간 대립과 반목이 심해지고, 반정부 시위가 증가하고, 폭력충돌이 확산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져 위기가 증폭됐다.

보고서는 “금융규제 당국과 중앙은행들은 정치적 안정에 큰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예방이 정치적 재난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