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카스트 갈등 추정’ 방화로 9개월·3살 어린이 사망

입력 2015-10-21 14:56
카스트 간 갈등을 겪는 인도 북부의 한 마을에서 최하위 카스트 주민의 집에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생후 9개월과 3살 된 오누이가 사망했다.

21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수도 뉴델리에서 40㎞ 떨어진 하리아나주의 순페드 마을에서 전날 최하위 카스트 ‘달리트’ 출신의 지텐드라 쿠마르(31)의 집에 불이 나 3살 난 그의 아들과 생후 9개월 된 딸이 숨지고 쿠마르 부부가 화상을 입었다.

쿠마르와 이웃 주민은 이날 상위 카스트인 라지푸트 출신 주민 10여명이 쿠마르의 집으로 몰려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라지푸트 출신 주민 3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민간 충돌을 막기 위해 마을 곳곳에 경찰을 배치했다.

모두 500여 가구가 사는 순페드 마을에는 과거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던 달리트 출신이 늘어나면서 마을 주민 상당수를 차지하는 라지푸트 주민과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이 마을에서 라지푸트 출신 주민이 달리트 출신 주민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양측의 골이 더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지난 8월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중류 이상 카스트로 분류되는 파티다르가 하층카스트 우대 정책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에 나서 8명이 사망하는 등 카스트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지나트 싱 연방 내무 장관은 마노하르 카타르 하리아나 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카타르 주 총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쿠마르 가족에게 즉시 100만 루피(1천74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국민회의당(INC)은 “인도국민당(BJP) 정부에서 달리트와 소수자에 대한 무관용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