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울컥하네!” 1만 울린 고대 흙수저 일기(전문)

입력 2015-10-21 11:15 수정 2015-10-21 11:24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흙수저 관련 글 일부 캡처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흙수저 관련 글 전문 캡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금수저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흙수저가 인터넷 유행어가 되었다.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흙수저 일기가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16일 올라온 글은 21일 현재 1만3700번 넘게 ‘좋아요’를 받고 1100회 이상 공유됐다.

고대 학생은 ‘흙수저’가 싫다했다. ‘흙수저라는 말을 (엄마 아빠가) 알게 되면 본인이 자식에게 흙수저를 준건 아닌지 생각할까봐’서다.

그는 ‘나에게 해준 게 없다’는 엄마, 아빠에게 ‘내가 깊게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주셨다고 감사하다고 적었다.

흙수저, 금수저 관련 명문(名文)이라는 네티즌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긴 말이 필요없다. 네티즌이 받은 감동을 전문으로 읽어보자.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11835번째포효

어제도 열람실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전화가 왔다.

아빠였다.

열람실 안쪽에 있던 나는 밖으로 나갔다.

평소였으면 나갈 때까지 울렸어야할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응 아들, 아들 공부하는 것 같아서 전화끊었어...”

“응..왜?”

“그냥 아들 잘 지내나 해서, 공부하기 힘들지?”

“아냐 괜찮아”

“저녁은 먹었어? 학교에서 먹었어?”

“응”

“아들 돈 부족하지?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 것 사먹어”

“괜찮아 나 돈있어. 학교에서 잘 챙겨먹고 있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집 갈 때 큰 길로 다니고 늘 스스로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응”

“다음에 봐 아들”

점점 커가면서 느끼는 것은 부모님이 내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전화를 걸고도 공부하고 있을까봐 받기도 전에 끊고.

부모님께 전화가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전화를 걸 수는 없었을까.

부모님은 항상 내게 경제적으로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한다.

자신은 만원짜리 신발을 신으면서도 아들 바지사라고 10만원을 쥐어준다.

그리고 또 미안해한다.

나는 흙수저라는 말이 싫다.

아무도 나에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흙수저라는 말을 우리 부모님이 알게 될까봐 싫다.

자식에게 늘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우리 부모님들이

나는 못배웠으니 너는 열심히 배워서 꼭 성공하라는 우리 부모님들이

흙수저라는 말을 알게 되면 본인이 자식에게 흙수저를 준건 아닌지

생각할까봐 싫다.

나는 부모님께 좋은 흙을 받았다.

내가 깊게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받았다.

정작 자신은 나에게 해준게 없다고 하지만

부모님의 존재로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큰 나무가 돼야 겠다.

부모님이 기대쉴 수 있는 큰 나무가 돼야 겠다.

아주 좋은 흙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