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학생은 ‘흙수저’가 싫다했다. ‘흙수저라는 말을 (엄마 아빠가) 알게 되면 본인이 자식에게 흙수저를 준건 아닌지 생각할까봐’서다.
그는 ‘나에게 해준 게 없다’는 엄마, 아빠에게 ‘내가 깊게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주셨다고 감사하다고 적었다.
흙수저, 금수저 관련 명문(名文)이라는 네티즌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긴 말이 필요없다. 네티즌이 받은 감동을 전문으로 읽어보자.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11835번째포효
어제도 열람실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전화가 왔다.
아빠였다.
열람실 안쪽에 있던 나는 밖으로 나갔다.
평소였으면 나갈 때까지 울렸어야할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응 아들, 아들 공부하는 것 같아서 전화끊었어...”
“응..왜?”
“그냥 아들 잘 지내나 해서, 공부하기 힘들지?”
“아냐 괜찮아”
“저녁은 먹었어? 학교에서 먹었어?”
“응”
“아들 돈 부족하지?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 것 사먹어”
“괜찮아 나 돈있어. 학교에서 잘 챙겨먹고 있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집 갈 때 큰 길로 다니고 늘 스스로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응”
“다음에 봐 아들”
점점 커가면서 느끼는 것은 부모님이 내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전화를 걸고도 공부하고 있을까봐 받기도 전에 끊고.
부모님께 전화가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전화를 걸 수는 없었을까.
부모님은 항상 내게 경제적으로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한다.
자신은 만원짜리 신발을 신으면서도 아들 바지사라고 10만원을 쥐어준다.
그리고 또 미안해한다.
나는 흙수저라는 말이 싫다.
아무도 나에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흙수저라는 말을 우리 부모님이 알게 될까봐 싫다.
자식에게 늘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우리 부모님들이
나는 못배웠으니 너는 열심히 배워서 꼭 성공하라는 우리 부모님들이
흙수저라는 말을 알게 되면 본인이 자식에게 흙수저를 준건 아닌지
생각할까봐 싫다.
나는 부모님께 좋은 흙을 받았다.
내가 깊게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받았다.
정작 자신은 나에게 해준게 없다고 하지만
부모님의 존재로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큰 나무가 돼야 겠다.
부모님이 기대쉴 수 있는 큰 나무가 돼야 겠다.
아주 좋은 흙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