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을 것까지 있나?” 국정 교과서 비판 대자보 훼손한 국립대

입력 2015-10-21 10:48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사진=충남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사진
국정화 교과서를 비판한 대학생들의 대자보가 잇따라 등장해 화제인 가운데 지방의 한 국립대학교에서 직원들이 학생들의 대자보를 찢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19일 충남대학교 대나무숲(익명 커뮤니티) 페이스북에는 대자보가 찢겨진 사진 한 장과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쓴 네티즌은 충남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학생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들은 “국정화 논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자 대자보를 작성했다”며 “대자보를 붙일 공간이 충남대학교 안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부지런을 떨어 게시했다”고 설명하며 제1학생회관, 제2학생회관, 인문대학, 공대2호관, 백마교양관, 정문 순환버스 정류장, 기숙사와 도서관 등에 게시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기숙사에 대자보를 붙이자마자 기숙사 직원이 말 한마디 없이 대자보를 떼어 찢어버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숙사에 게시판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게시판을 만들어 달라고 하라는 것 뿐 이었다”며 “도서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대자보가 폐기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또 “기성세대 의견만 허용하고 학생 의견은 학교의 미관을 중시하는 학교 측의 태도 속에서 찢겨져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며 “보금자리인 생활관과 도서관 등에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게시물은 21일 현재까지 400건에 이르는 좋아요와 수 십개에 달하는 공유가 이뤄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도 캡처 된 이미지가 퍼지며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을 본 수많은 네티즌들은 “찢을 필요까진 없지 않냐”며 공분했다.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도 ‘충남대 대자보,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이라는 제목으로 찢기기 전의 대자보와 찢겨진 대자보 사진,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첨부한 게시물이 올라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반응과 함께 ‘재물문서손괴죄’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한 네티즌은 “10여 년 전에는 대자보나 현수막을 학교 측이나 교직원이 함부로 떼지 못했는데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도 “미관상 좋지 않다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금칠한 건물은 미관상 좋은 건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국립대학이다 보니 직원들도 공직자여서 저런 행동을 한 것인 듯” “아무리 허가 없이 붙였다고 하더라도 찢을 필요는 없지 않나” “학생이 주인인 학교에서 직원이 주인 행세하네” 등의 반응도 잇따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