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모가 병원에 입원한 사이 정신질환을 앓던 50대 아들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신지체장애 2급인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라는 권유를 뿌리쳤던 노모는 숨진 아들을 발견하고 나서야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0일 오전 9시50분쯤 마포구 합정동의 한 주택에서 박모(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박모(82)씨가 잠시 집에 들렸다가 숨진 아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복막염 수술까지 받았던 아들이 질병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씨의 형이 집에 함께 있었지만 그 역시 정신지체장애 2급으로 동생이 숨진 것도 모른 채 옆방에 누워있었다.
어머니 박씨는 2002년부터 지금의 집에서 두 아들과 살았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비로 100만원, 두 아들의 장애연금으로 60만원을 받아 생활했다.
어렵게 살던 이 가정에 문제가 생긴 것은 한 달 전쯤이다. 어머니 박씨가 관절을 다쳐 인공관절 삽입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유일한 ‘보호자’가 사라진 것이다. 주민센터 측은 두 아들이 보호자 없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다고 판단해 마포구에 관리를 요청했다. 마포구 측은 병원까지 찾아가 어머니 박씨에게 두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박씨는 ‘아들들이 불쌍하다’며 완강히 거절했다고 한다. 두 아들이 전기밥솥에 밥을 지을 줄 알고, 인근 마트에 반찬 배달을 주문해놨다고 했다.
보호자 동의가 없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없던 마포구 측은 음식을 배달하고 방문 상담을 진행했지만 쉽지 않았다. 두 아들은 평소 공격적 성향이 있는데다 환청·환시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복지사의 방문 상담을 외면했다. 복지사가 찾아오면 욕을 하며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한다. 숨진 박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16일 김치를 배달하러 갔던 복지사였다. 당시 박씨는 마당에 앉아있었다.
두 아들이 보호자 없이 한달 가까이 지낸 집에는 상한 음식과 쓰레기가 가득했다. 부엌 바닥에 놓여 있는 전기밥솥은 콘센트에 연결돼있었지만 이 콘센트의 전원은 차단돼있었다. 밥솥 안에는 3~4인분의 흰쌀이 물 없이 들어있었다. 흰 쌀 사이로 검은색 좁쌀만한 벌레들이 돌아다녔다. 냉장고 문을 열자 상한 음식 냄새가 났다. 하얗게 곰팡이가 펴 정체를 알 수 반찬통도 보였다. 아직 설거지를 하지 않은 접시들은 싱크대에 가득 쌓여 있었다. 형제가 지낸 두 방 안에도 쓰레기 봉지가 가득했다.
어머니 박씨를 잘 안다는 동네 주민 양모(68)씨는 “여러 단체에서 먹을 것을 같다 주는 것을 봤다. 노모가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별다른 부탁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숨진 박씨가 평소 언덕을 오를 때 숨이 차 힘들어했다는 어머니의 진술과 과거 병력 등을 참고해 질병사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80대 노모 입원한 사이 50대 두 아들에게 무슨 일이…정신지체 아들 숨진 채 발견돼
입력 2015-10-20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