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시리아 사태 놓고 날선 공방

입력 2015-10-20 21:38
각기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며 중동을 양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시리아 사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계속 반목해온 양국은 이번에는 독일 외무장관을 사이에 두고 험악한 비난을 쏟아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중동 현안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배제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사우디도 이란을 빼놓고 방정식을 풀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아와 관련된 모든 정부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이란과의 협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이란에 이어 사우디를 방문한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전혀 다른 얘기를 들어야 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19일 슈타인마이어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시리아 군사 개입 탓에 평화적으로 내전을 해결하려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반박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이란이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며 “시리아에서 철수하라”고 공격을 이어갔다. 나아가 아랍계가 아닌 이란의 혈통을 겨냥해 ‘아랍땅인 시리아의 점령자’라고 비방하면서 과거 팔레스타인 영토를 전쟁을 통해 점령한 이스라엘에 빗댔다.

점잖은 충고로 사우디를 떠봤던 이란도 사우디의 수위 높은 발언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르지에 아프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0일 “사우디는 중동 분쟁을 일으키는 극단주의에 접근해 이를 키웠다”며 “이런 나라의 외무장관은 중동에서 이란의 역할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또 사우디의 ‘약점’인 성지순례 압사사고를 물고 늘어지며 “사우디 정부가 구조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진상을 조사하지도 않는 등 이번 참사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