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학교운영 간섭하며 학교장 자리 차지한 이사장 '임원 승인 취소'

입력 2015-10-20 17:28
사학재단 이사장이 학교 교과협의에 참석하고 학기 중 보직교사를 수시로 바꾸는 등 학교장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한 사실이 교육청 감사 결과 확인됐다. 이 이사장은 문제가 불거지자 스스로 이사장직을 사임한 뒤 학교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H중·고교를 운영하는 W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재단 설립자의 딸인 전 이사장 K씨가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학교장의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고3 학생들의 등교시간과 담임교사들의 출근시간을 마음대로 정하고 학교통신망을 통해 2∼3일 단위로 교감 등을 통해 학사 일정, 수련 활동, 학교운영위원회 안건에 등을 보고받았다.

입시를 앞뒀다는 이유로 고3 학생들의 등교시간과 교사들의 출근 시각을 임의로 20∼30분 앞당기기도 했다. 교사들의 반발로 이런 지침이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다.

K씨는 또 H고교의 교실과 자습실을 돌며 교과협의회와 주임교사 회의 등에도 참석했다. 학사 일정에 없는 행사를 갑자기 지시하거나 학교 물품구매 계약 전에 지출품의 목록을 사전보고 받기도 했다. 모두 학교장의 학사운영권을 무시하고 학교 운영에 개입하는 행동이다. 서울교육청은 “특히 학기 중 수시로 보직교사를 교체해 학교 운영에 혼란을 초래하는 등 학교장의 인사권까지 심각하게 침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사장의 과도한 개입을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H고 교사들 52명은 지난 7월 16일 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다. 감사요청 직후 이사장은 8월 초 이사회를 소집해 이사장직을 사임하고 자신을 H중·고교 교장으로 임명한다는 안건을 의결해 9월 1일 학교장에 취임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이사장은 명문 사학인 H고교의 전통을 지켜 더 좋은 학교로 만들기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그랬다며 관계 법령에 어긋난 것인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했다. 또 “교육청이 중재를 시도했으나 이사장과 교사들 간의 감정의 골이 매우 깊어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청 감사관실은 학교장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침해한 책임을 물어 K씨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교육청에 요구했다. 사립학교법은 교사의 자율성과 교육 중립성 등을 위해 이사회 임원이 학사행정과 관련해 학교장 권한을 침해할 경우 교육청이 임원취임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청은 관련 절차를 거쳐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되면 K 전 이사장이 학교장직에서도 물러나도록 재단에 해임을 요구할 계획이다. 재단이 교육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교육청은 재정지원금을 축소하거나 학급 수 감축하는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