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많지만 쓸 만한 게 없네!” 경찰 신정동 엽기토끼 사건 수사 중

입력 2015-10-20 13:46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2005년 발생한 서울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을 재조명 해 화제인 가운데 온라인 곳곳에선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자 정작 사건을 맡았던 경찰은 수사를 종결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소호했다.

20일 SNS와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지난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엽기토끼와 신발장 편’에서 다뤄진 살인사건이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경찰의 비흡한 초동수사를 지적하며 사건의 재수사를 주장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 페이지에는 ‘그것이 알고싶다. 엽기토끼 편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이 게시돼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글쓴이는 “두 명의 여성이 같은 수법으로 살해됐고 한명의 목격자가 있는 사건이 10년이 지났는데도 범인이 검거되지 않았다”며 “시청하는 내내 경찰 수사력에 한심하다”고 지적하며 정확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주장을 펼쳤다. 이 청원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400명 가까운 네티즌이 동참했으며 이달 말까지 1000명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20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목표치의 38%를 달성하며 조기마감을 예고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 중인 양천경찰서는 “사건 발생 직후 지속적으로 수사하고 있으며 종결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울러 방송을 통해 사건의 정황과 단서를 제공했던 3차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는 비협조적이어서 수사에 난항을 겪어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서울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살인 공소시효가 없어지면서 수사는 계속됐었다”며 “사건이 발생했던 2005년 이후부터 형사 4명과 팀장1명으로 구성된 강력2팀이 수사팀으로 꾸려져 강력계장의 총괄 지휘 아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은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3차 피해자가 경찰진술을 거부해 수사에 난항을 겪어왔다”며 “방송을 계기로 수사에 협조할 것을 기대하며 다시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방송 직후 제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단서가 될 만한 제보는 없었다”며 “지금까지 들어온 제보를 토대로 형사들이 현장에 나가 확인하는 등 여러 각도에서 수사를 진행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온라인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제보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일축하며 “제보가 많지만 대부분 추측성 제보에 불과하고 엽기토끼를 봤다는 확실한 증거나 증인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18일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 지역의 피자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한 시청자가 범행 장소를 갔던 기억이 난다는 내용의 제보 글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글에는 “신발장에서 엽기토끼를 본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세번째 피해자가 반지하에서 2층으로 올라갔다고 했는데 2층에 배달을 갔던 기억이 난다”고 쓰여 있었다.

한편 신정동 살인사건은 지난 2005년 6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20대 여성이 시신이 쌀 포대에 싸인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후 6개월 만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고 또 다시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동일범 소행으로 추정되는 납치 사건이 발생했지만 세 번째 피해자는 가까스로 도주해 살아남았다.

지난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세 번째 피해자 박모씨(가명)가 출연해 “범인의 집이 2층에 있었고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증언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