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개월째에 접어든 30대 초반의 김모씨는 4주전부터 기침이 나고 걸을 때 숨이 찼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로 접어들자 잠잠했던 천식이 다시 고개를 든 것.
한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는 기침은 밤이면 더 심해졌고 기침 끝에 구토를 하는 일도 잦았다. 밤낮으로 기침과 구토, 불면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뱃속 태아 걱정에 약은 먹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나면서 발작적으로 심한 기침과 함께 숨쉬기가 곤란해지는 천식,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임신 중에는 천식의 중증도가 자주 변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보다 세밀하게 추적 관찰하고 약제를 조절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데 태아에게 악영향을 줄까봐 천식 치료를 기피하는 임산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천식 환자 6만4000여 명의 의료서비스 이용패턴을 분석한 결과, 임산부가 천식으로 진료 받는 비율은 임신을 하지 않은 일반 천식 환자들의 62%에 불과한 반면, 천식 증상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는 숫자는 약 1.6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또한 임신 중 천식 증세가 악화되어 집중적인 천식 치료를 받았더라도 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의 지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천식 치료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봐 천식 약 복용을 주저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약을 임의로 끊었다가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낭패를 겪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천식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임신중독증 및 저체중아 출산위험이 높아지는 등 임산부와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신 중에는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천식 증상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팀은 먼저 임신한 천식 환자가 제대로 된 천식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천식 환자로 분류된 18세 이상의 여성 중 임산부 3300여 명과 비임신 환자 5만여 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임산부가 한번 이상 천식으로 진료를 받은 비율은 21.7%, 비임신 환자는 34.9%로 임산부가 천식으로 진료 받는 비율이 비임신 환자들의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진료 일수 역시 임신한 천식 환자들의 경우 2.91일, 비임신 환자는 3.68일로 임산부들의 병원 방문 횟수가 더 적었다.
반면 천식으로 인해 입원한 비율은 임신한 환자의 경우 1.3%, 비임신 환자의 경우 0.8%로 임신한 천식 환자의 입원율이 약 1.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김 교수팀은 과연 천식 치료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천식 증상이 악화돼 치료 단계를 높인 임산부 5백여 명과 치료 수준에 변화가 없었던 1만여 명의 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의 발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천식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환자들은 3배 이상 진료를 더 받고, 흡입 또는 전신 스테로이드제를 2배 이상 처방받는 등 강도 높은 천식 치료를 받았지만 천식 치료 수준을 높이지 않은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임신 성적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의 임신 성적 지표는 임산부와 태아의 안전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치로서, 양 그룹 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천식 치료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결과는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회(AAAAI)에 의해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선정된 데 이어 알레르기 분야 국제 학술지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 저널(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인터넷판 최근호에도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천식 여성, 임신 시 약 안 끊어도 태아에 별 영향 없답니다"
입력 2015-10-20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