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기 수석 퇴진으로 원년 청와대 수석비서관 모두 교체

입력 2015-10-19 19:39

이른바 '한국형 전투기(KF-X) 핵심기술 이전 무산'을 놓고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문책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KF-X 기술이전 무산 파문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외교안보라인중 주 수석만 사실상 경질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주 수석은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 이전 불가 통보를 받은 방위사업청이 이를 6월에 늑장 보고했으나 그 이후에 이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논란을 키운 것에 대해 이번에 책임을 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0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유일한 원년멤버인 주 수석은 박근혜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KF-X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해 미국에서 전날 새벽 귀국한 주 수석은 같은 날 오후에 방미 성과를 브리핑하고 오후 늦게 퇴근하는 등 자리가 곧 정리될 것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지난달 24일 KF-X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방사청에 요청하면서 주 수석이 그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담당인 외교안보수석실이 아니라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움직인 데서 비롯된데서 문책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특히 지난 13일 박 대통령의 방미 출국 전에 주 수석의 사의표명설과 경질설이 일각에서 흘러나오면서 교체설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한 한민구 장관이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다시 '기술이전 불가' 방침만 확인하는 이른바 '굴욕 외교' 비판이 부상하면서, 주 수석이 부처와 조율을 못 해 이를 사실상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청와대 내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KF-X 기술이전 무산 파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초동단계에서 주 수석을 신속하게 '경질'함에 따라 이번 사태에 대한 추가 문책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실무 협상과 '굴욕 외교'의 책임, 윤병세 외교장관에 대해서는 대미 외교 실패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그 화살이 KF-X 사업 시작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으로까지 향하는 흐름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방치할 경우 박 대통령의 방미성과도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왔다. 이날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기껏 고생해서 정상외교를 하는데 참모들이 이런 식으로 일을 해서는 되느냐. 결과적으로 KF-X 기술 이전 문제가 재를 뿌렸다"(정병국 의원)는 얘기도 나왔다.

때문에 청와대는 이번 사태 책임의 범위를 외교안보라인 전반으로 확대시키지 않고, 주 수석에만 국한해 '핀 포인트'로 책임을 묻는 선에서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려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살려야 하고, 11월초 한중일 3국 정상회의와 이를 계기로 예상되는 한일정상회담, 예측불허 상황의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 산적한 현안을 감안할 때 외교안보라인을 크게 손보는 것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날 6개 부처 차관 교체 인사에서 백승주 국방 차관도 포함됐지만

국방부 내에서는 이를 KF-X 논란과 연관짓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