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장관 → 관료 출신 발탁” 순차개각 스타트...최경환 황우여 김희정은 연말

입력 2015-10-19 18:48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단행한 개각의 특징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을 일찌감치 정리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정부에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달 초 청와대 비서관 가운데 총선 출마 희망자를 정리한데 이어 총선 출마 의지를 굳힌 장관들을 당으로 돌려보내면서 내각까지 국정과제 실현에 집중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개각을 통해 교체한 장관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2명이다.

이들은 모두 여당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는 이른바 '정치인 장관'으로 그동안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 줄곧 제기돼 온 인물들이다.

특히 이달 초 청와대가 정치인 장관들에게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타진했고, 이들이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기개각설'이 급속히 확산하기도 했다.

다만 정치인 장관 5명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빠졌다.

이번에 교체된 유일호, 유기준 장관은 지난 2월 박 대통령이 4개 부처 장관(급) 교체를 단행할 때 입각했다. 재임 기간이 7개월여로 5명 정치인 출신 장관중 짧은 편이지만 가장 먼저 교체 대상이 된 것이다.

오히려 내각에 먼저 들어온 나머지 장관들이 잔류한 것은 해당 부처에 굵직하고 시급한 현안이 남아있거나, 아직 후임자 물색 및 검증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는 등의 원인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부총리는 경제정책 사령탑이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총괄 책임을 지고 있고, 최근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이어 본격 추진하는 금융개혁까지 도맡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국회로 복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황 부총리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발표 이후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논란의 확산을 막고, 국정화 교과서 편찬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임무가 남아있어 이번 개각에서는 일단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김 장관의 경우 부처 특성에 맞춰 여성 가운데 후임자를 물색했지만 적임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이번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각에서 빠졌더라도 이들 3명은 박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늦어도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당으로 복귀해 총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개각 이후 청문회나 국회 일정, 후임자 물색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장관 교체 인사를 단행하는 '순차개각'의 신호탄을 날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개각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은 관료 출신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국토부 장관에 내정된 강호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는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기획관과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차관보를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고, 해수부 장관 내정자인 김영석 해수부 차관도 행정고시 출신으로 해운항만청, 해수부, 국토부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친박(친박근혜)계 측근 정치인을 내각에서 배제하면서 그 빈 자리에 정책 추진에 밝은 관료 출신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것은 임기 후반기 4대개혁 등 국가혁신 작업과 핵심 국정과제 실현에 성과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성우 홍보수석도 이날 인사 발표를 하며 "국정과제와 개혁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일부 부처 인사를 단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관료 중용'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때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정치권 전체를 겨냥한 것처럼 공천이나 자신을 위한 정치에만 신경을 쓰는 정치인에 대해 실망한 결과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장관 인사뿐 아니라 이날 함께 발표된 6개 부처 차관 인사까지 통틀어 살펴보면 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약진과 내부 승진 케이스 등이 눈에 띈다.

김 해수장관 내정자는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거쳐 해수부 차관을 지내다 장관으로 승진했으며, 윤학배 해수차관 내정자도 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지내다 곧바로 차관으로 이동했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사를 정책 추진의 최일선에 기용하는 한편 공무원연금개혁 이후 침체된 관료사회 사기를 진작하고,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내부 승진을 이번 인사에서 후임자 물색의 우선 기준으로 삼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